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소년은 울지 않는다

성주체성 장애 여성의 사회적 파멸

많은 사회에서 '사내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 법이다'라는 말로 남자 아이들이 키워진다.

여자이지만 남자로 사는 게 자기 본성에 더 적합하여, 울지 않는 씩씩한 사내로 살아가고픈 주인공이 사회적 관습과 편견에 부딪혀 파멸되는 과정을 이 영화는 그리고 있다.

1993년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티나 브랜든은 생물학적으로는 완벽한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자로 사는 것이 불편했다.

그래서 남장을 하고 유방을 붕대로 칭칭 동여맨다.

팬티 속에 물체를 집어넣어 남근을 만들어 남자 행세를 한다.

그녀는 성주체성 장애를 가졌다.

성주체성이란 남자 혹은 여자라는 내적인 느낌을 반영하는 심리적인 상태로, 소속된 사회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신있게 '나는 남자요', '나는 여자요' 라고 말할 수 있으면 건강한 성주체성을 가졌다고 본다.

이것을 드러내는 행동양식을 성역할이라고 한다.

정상적으로는 성주체성과 성역할이 일치한다.

즉 생물학적으로 여자라고 인지하는 여성이 여성스런 말과 행동 등의 성역할을 통해 성주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성주체성 장애는 자신의 해부학적인 성과 성역할에 지속적인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로, 생물학적 원인보다는 사회심리학적인 원인론이 우세하다.

어떤 성별로 양육되는가의 문제다.

아이의 타고난 기질, 부모의 태도와 양육방식, 부모와의 부정적인 관계 등이 영향을 준다.

티나는 차량 절도죄로 수배를 받자 다른 도시로 도망간다.

거기서 취객에게 희롱을 당하는 캔디스라는 아가씨를 용감하게 구해주면서 그녀와 친구가 된다.

그들은 티나를 남자로 여기고, 티나는 이름을 브랜든이라고 소개한다.

동네 친구인 존과 톰도 브랜든과 친해져 어울려 다닌다.

브랜든은 남자들이 즐기는 위험한 놀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의롭고 잘 생긴 '남자 브랜든'을 라나라는 여자가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브랜든의 행복한 나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브랜든은 자동차 속도위반으로 경찰의 단속에 걸리면서 정체가 발각된다.

친구들이 알고 있었던 매력적인 남자 브랜든이 아니라 여자 티나였음이. 존은 브랜든에 대한 성적 혐오감, 배신감, 질투심에 휩싸여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만다.

브랜든을 발가벗겨 여자의 나체를 공개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브랜든을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서 강간한다.

브랜든은 인간에 의한 폭력 앞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마저 남자도 여자도 아닌 브랜든에게 은근한 혐오감을 보이며 공정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

존은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브랜든을 결국 살해하고 만다.

성주체성 장애로 갈등하는 티나를 한 인격체로 여기며, 공감대를 가지고 이해해 줄 수는 없었을까. 우리 사회 역시 여러 정체성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다수를 앞세운 획일화된 정체성의 강요는 또 다른 사회적 편견이 되어 인간성의 소멸을 자초할 뿐이다.

마음과 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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