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풍성한 추석 극장가

텅 빈 도심 공간을 독차지한 채 영화관에 줄 서는 재미는 연중 한두 번 겪을까 말까한 쏠쏠한 것이다.

여기에 와락 눈길을 잡아당기는 영화가 많아 골라보는 보너스까지 가세한다면….

올 추석에는 다양한 외출복을 차려입은 한국영화에서부터 '공동경비구역 JSA'(2000), '조폭마누라'(2001), '가문의 영광'(2002), '오! 브라더스'(2003) 등 매년 한국영화에 빼앗긴 추석 극장가 최고 흥행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양질의 외화들이 총출동한다.

이번 닷새 간의 황금 연휴는 분명 영화팬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다.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에는 가족 영화가 으뜸이다.

올 추석 극장가도 이런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

지난 3일 개봉한 '가족'(이정철 감독, 95분·15세 관람가)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는 영화. 중견 배우 주현과 신인 배우 수애가 만나 어긋난 아버지와 딸의 화해를 그린 이 영화는 조용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뿌리며 이번 추석에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청룽(성룡)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액션이 볼 만한 '80일간의 세계일주'(프랭크 코라치 감독, 120분·전체 관람가)도 온 가족이 기다리는 영화다.

전세계를 돌며 카메라에 담은 환상적인 화면과 아놀드 슈워제네거 등 막강 카메오들은 보너스.

다른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 감독, 115분·전체 관람가)과 '꽃피는 봄이 오면'(류장하 감독, 148분·12세 관람가)은 한마디로 아웃사이더들에 대한 찬가다.

국내 프로야구계에 '패전처리 전문투수'라는 새로운 역할을 창시한 감사용과 주류에서 밀려난 한 트럼펫 연주자의 꿈과 희망을 각각 담았다.

◇연인과 함께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로 3연타석 흥행 홈런을 기록한 김상진 감독의 새 영화 '귀신이 산다'(123분·12세 관람가)는 김상진표 로맨틱 코미디. 집 장만이 소원인 노총각이 하필이면 귀신이 사는 집에서 살게 된다는 설정은 재미를 더한다.

영화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차승원이 주연을 맡았으며, '은아리영' 장서희가 첫 스크린 나들이를 했다.

연인과 함께 보기에 스릴러물 만한 것이 없다.

'식스 센스' 이후 국내 고정팬을 거느리게 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빌리지'(106분·12세 관람가)는 딱 좋은 영화다.

공포영화의 틀을 띤 채 집단적 공포가 가져다주는 평화의 허구성을 얘기하고 있는 이 영화는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19세기 풍 가옥 세트와 울창한 숲이 인상적. 덴젤 워싱턴의 연기와 탄탄한 줄거리가 돋보이는 '맨 온 파이어'(토니 스콧 감독, 147분·15세 관람가)는 유괴된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벌이는 한 킬러의 복수극. '아이 엠 샘'에서 깜찍한 모습을 선보였던 다코다 패닝을 볼 수 있다.

여전히 귀엽다.

◇친구와 함께

노브레인 서바이버의 정준하가 포스터 모델에 나와 화제가 됐던 영화 '노브레인 레이스'(제리 주커 감독, 111분·12세 관람가)는 시쳇말로 아무 생각 없이 봐야하는 도박 영화다.

시종일관 어이없고 황당한 유머로 도배돼 있는 등 웃다가 보면 끝난다.

할리 베리의 육감적인 몸매가 돋보이는 '캣 우먼'(피토프 감독, 104분·12세 관람가)은 평범한 여성이 살해당한 뒤 고양이로부터 새 생명을 얻고 슈퍼 히로인으로 부활해 선과 악을 넘나들며 활약을 펼친다는 액션 블록버스터. 그동안 남성 영웅들에게서 식상했던 사람들에게 강추.

◇혼자 즐기려면

명절이 평소보다 더 한가한 사람들에게 영화만큼 좋은 친구도 없을 터. 묵직한 내용의 영화를 보며 고독을 곱씹어 보는 것도 재미가 있지 않을까. 올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호평받았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나쁜 교육'(104분·18세 관람가)은 이들이 기다릴 만한 예술영화. 사랑이란 이름으로 욕망에 집착하는 인간 군상의 파멸을 얘기한다.

'로망스', '지옥의 체험', '팻걸' 등 충격적 영상으로 논란을 몰고 다니는 프랑스 여성감독 카트린 브레야의 '섹스 이즈 코미디'(92분·18세 관람가)도 혼자 즐기기엔 최고.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사진: 영화 '귀신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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