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혐오·기피시설에 대한 집단 민원 등으로 전국 지자체 마다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현재 조성중인 포항시 대송면 포항4공단내 폐기물매립장 허가와 관련,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이 문제가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주민과 포항시, 사업자간 첨예한 대립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4공단 폐기물매립장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자.
□ 4공단내 폐기물매립장은?
오는 2006년 완공예정인 4공단은 포항시 대송면과 오천읍 일대 62만여㎡ 규모로 한국토지공사에서 조성하고 있다.
당연히 공단이 입주할 경우 이 곳에서 배출되는 각종 산업폐기물을 처리할 공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공단 부지내에 9천여㎡의 매립장이 조성됐다.
그러나 사업자인 (주)청록이 포항시에 매립장 면적을 허가받는 과정에서 3만7천여㎡로 늘어났으며, 처리 용량도 당초 80만㎥에서 285만㎥으로 늘어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청록측은 당초의 면적과 용량으로는 10년도 못 가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달하는데다 경제성마저 떨어져 도저히 매립장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면적과 용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포항시도 이 부분에 동의, 허가를 내주었다.
당초 청록이 310만㎥로 신청을 했을 때 시가 300만㎥ 이하로 축소할 것을 주문, 청록이 다시 300만㎥ 이하인 285만㎥로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시가 문제를 키웠으며, 이 때문에 주민들은 시가 특혜를 준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서게 됐다.
이 정도 규모의 매립장이 운영될 경우 연간 포항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량이 20만t 내인 점을 감안하면 20년 가량 장기간 매립할 수 있는 규모가 된다.
시의 일관성없는 행정처리가 일을 꼬이게 만든 셈이다.
시는 이 문제가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오르자 뒤늦게 주민 설득에 나서는 모습이다.
시는 추석후 주민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들 반응
대송면 주민들은 폐기물매립장이 들어설 경우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된다며 결사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근 공단을 끼고 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평소에도 각종 소음과 분진, 매연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데 폐기물매립장까지 들어설 경우 생존권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송면지역발전협의회와 이장협의회, 향토청년회 등 면내 17개 자생단체 대표 60여명은 지난 17일 오후 대송면사무소에서 모임을 갖고 폐기물매립장 반대운동을 벌여나갈 것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은 공청회 한번 없이 주민의사를 묵살한 채 업체측의 이익만 반영한 포항시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다음 달 초쯤 대송면민 8천여명이 참여하는 반대대책위를 공식 발족시켜 반대투쟁을 벌여나간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당초 9천여㎡의 규정 부지면적 외에는 더 이상 확대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하기로 했다.
최인하 대송발전협의회장은 "업체의 이익만 생각하는 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처리에 문제가 있다"면서 "규정 면적만큼 폐기물매립장을 조성하든지 아니면 주민들을 전원 이주시켜주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송면 향토청년회 관계자도 "지난 2002년 4공단 개발계획 당시부터 최소한의 폐기물매립부지인 9천여㎡ 이상은 안된다고 했는데도 시가 면적과 용량을 확대해 온 것은 주민들을 폐기물 속으로 내몰고 있는 처사"라며 "대송면민들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도 억울하다
사업자인 청록은 정당한 법절차에 따라 허가를 받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주민 반발로 차질을 빚게 돼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 95년 대보면에 폐기물매립장 사업을 추진했던 업체다.
당시 대보면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청록은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승소했고 이에 포항시가 설득에 나서 사업을 포기하면 추후 대체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이면 약속으로 겨우 무마시켰다.
그 결과 4공단내 폐기물매립장에 대보사업을 포기한 대가로 청록에 4공단 매립장 사업을 맡긴 셈이다.
그동안 청록은 정상적인 법절차에 따라 사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 반발이라는 민원에 부딪혀 사업도 펼쳐보지 못한채 10여년간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청록은 매립장 사업특성상 싼 값에 부지를 구입해야 이익이 남는데 지금의 부지는 평당 39만6천여원의 비싼 가격에 분양(분양가 146억여원) 받은 상태여서 당초의 80만㎥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기존의 부지에다 지하 깊이를 더 파서 용량을 늘리는 것이며 첨단 공법을 동원하기 때문에 침출수 유출 등의 안전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청록은 다음 달쯤 대송면 주민들을 만나 사업설명과 함께 이해를 구한다는 계획이다.
또 주민들의 환경감시 등 필요한 조치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신석 사장은 "대보매립장 사업포기로 10여년동안 많은 피해를 입은 것도 모자라 다시 시작하는 사업마저 주민 반대에 부딪혀 너무 억울하다"면서 "주민들 입장도 이해하지만 환경오염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취하는만큼 믿고 지켜봐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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