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친노(親盧)와 반노(反盧), 또는 보수와 진보진영으로 국민들의 편가름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만큼 우리 사회를 격동속으로 몰아넣을 만큼 무게가 있었다
불과 40여일전인 지난 9월5일에도 노 대통령은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은 폐기하고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에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면서 국가보안법 개폐논란의 한가운데에 서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노 대통령은 국보법개폐논란은 물론 각종 정치현안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 주도로 이른바 '4대개혁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노 대통령은 여전히 가타부타 한 마디도 하지않고 있다.
그래서 시중에서는 탄핵발의로 직무가 정지됐던 기간이나 순방외교활동을 위해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에는 '대통령이 조용하니까 나라가 조용하다'는 말까지 나돌정도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 대통령은 우리사회의 온갖 이슈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는 등 개혁구도를 이끌었었다.
그러나 9월이후 노 대통령은 현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정치현안에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순방에 이은 인도와 베트남 방문을 통해 경제에 강조점을 두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노 대통령이 완전히 경제쪽으로 중심이 이동한 것 같지는 않다.
노 대통령의 관심은 여전히 개혁과제에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다만 지금은 직접 나서지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외적인 상황과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두 번의 해외순방에 이어 11월부터 12월까지는 APEC참석 등을 위해 거의 한달정도를 해외에서 지낼 예정이다.
물리적으로도 국내문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국회 새해예산안 시정연설도 이해찬(李海瓚) 총리에게 대독시킬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노 대통령의 '깊은 침묵'은 떨어질대로 떨어진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과도 무관하지않다는 지적이다.
행정수도이전과 과거사청산작업, 국보법폐지논란 등을 둘러싼 국론분열 등으로 지지기반이 급속하게 약화된 터에 실물경제위축이라는 국내분위기는 노 대통령을 정치현안에서 물러서있게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4대개혁입법'추진이 여의치않거나 행정수도이전 등 핵심국정과제들이 벽에 부딪힐 경우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 때는 노 대통령이 직접 입을 열어 정면돌파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시점이 주목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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