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 불거진 유기농 식품 사고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관리와 대안(하)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입니다.

제가 납품하는 대형유통업체에서 친환경인증마크 1천, 2천개를 요구하는데 이걸 줘도 되는 건가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한 번씩 문의하는 농민들의 상담 내용이다.

원래 농민이 생산단계에서 친환경인증마크가 부착된 포장지로 포장을 해야 하지만 유통업체에서 "한꺼번에 물량을 출하해야 할 경우 필요하다"면서 인증마크를 한꺼번에 따로 요구하는 사례가 적잖다는 것.

이에 대해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원칙상 안 되지만 농민이 일일이 소포장을 하기 힘들 경우 농민의 위임하에 인증마크 포장지를 유통업체에 맡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농산물 유통과정에 심각하게 구멍이 뚫려 있다.

유통과정에서 일반농산물을 대체하거나 다른 성분을 첨가해도 소비자들은 오로지 생산단계의 인증마크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밖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현재 전국 친환경인증 농가는 2만7천373개. 2000년 2천448개에 비하면 10배 이상 급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관리 인력은 제자리걸음에 머무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엔 현재 6천742개의 친환경 인증 농가가 있지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 일선 출장소 인력은 15명에 불과해 한 사람당 400개 이상의 농가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 친환경인증담당자는 "인증담당자 수는 늘지 않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실정에서 친환경농산물 인증 후 농가에 대한 사후관리는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친환경인증에 무농약 및 저농약 농산물까지 포괄적으로 포함된 게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인증체계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유기농산물 및 유기축산물 국제기준에도 크게 못미친다는 것.

대구친환경농업연구회 이영일 회장은 "현재 규정대로라면 저농약 농산물은 농약과 비료를 모두 사용하는 것인데 이것이 어떻게 친환경이냐"면서 "유기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유기농제품에 대한 까다로운 규정으로 품질과 가격 면에서 철저하게 차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인증체계가 생산단계에만 국한되는 것에서 탈피, 유통과정 전반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녹색살림생협 오창식 사무국장은 "유통인증 방식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영리기관 유통인증센터 등을 만들어, 친환경농산물을 브랜드화하자는 것이다.

생산단계뿐만 아니라 유통단계의 안전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것.

오 국장은 "소비자와 생산자간 신뢰가 깨지면 친환경농산물 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사진설명 : 최근 친환경농산물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증절차와 사후관리가 미흡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친환경농산물 매장.(사진은 특정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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