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동차 보험, 가입자가 '봉'인가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손해보험사들 얘기다. 손보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산정을 제 잣대로 마구 재단하는 것은 해묵은 문제다. 손보사들은 올 상반기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예상보다 낮았는 데도 내년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1% 올릴 예정이다. 손해율은 손보사들이 받은 보험료 가운데 가입자에게 내준 보험금의 비율. 손해율이 낮았다는 것은 그만큼 손보사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손보사는 자동차보험료를 계속 올리고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도 이를 묵인 내지 방조하고 있다. 금감원은 자동차 보험 약관 개정으로 교통사고 보상 범위가 확대됐다며 최근 손보사들이 내년도 자동차 보험료 산정 때 기준으로 삼는 '참조 순보험료'를 1% 가량 인상하도록 허용했다.

손보사들은 이것도 모자라 보험료 산정을 하면서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낸 가입자에겐 보험금을 지급했다며 보험료를 올리고 장기 무사고 운전자들은 납입 보험료가 적어 손해율 상승의 원인이 된다며 보험 가입을 기피하거나 각종 특약 가입을 강요해 보험료를 편법 인상한 것이다. 사고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 보험료를 올렸다.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 방식이다.

손보사들은 장기 무사고 운전자들에 대한 보험료 편법 인상 이유로 사고 때 지급하는 보험금 액수는 같은 반면 받는 보험료는 적다는 것을 내세운다. 입장을 바꿔 보자. 사실 장기 무사고 운전자들은 보험료를 매년 꼬박꼬박 납부하면서도 사고는 내지 않아 보험사의 수입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손보사 논리대로라면 운전자들이 가끔씩 경미한 사고라도 내는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손보사들의 이러한 영업 행태를 계속 눈감는다면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은 손보사의 영원한 '봉'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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