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볼만한 은행나무길

대구시는 얼마전 단풍이 곱게 물든 도심 거리 11곳을 '낙엽이 있는 거리'로 정했다.

이곳은 24일까지 낙엽을 쓸지 않고 그대로 둔다고 한다.

인도를 수북히 메운 잎사귀들을 밟는 재미는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이색 체험. 그 중에서도 은행나무길은 가을 정취를 느끼기엔 단연 으뜸이다.

거리 곳곳에는 떨어진 은행잎을 줍는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은행잎 줍기 행사도 열린단다.

가볼만한 도심의 은행나무길을 소개한다.

◆대구 도심의 은행나무길

동구 미대동~백암삼거리~동화사 들머리까지 이어지는 6㎞ 구간은 대구를 대표하는 은행나무길. 평소 드라이브길로 인기높은 이 거리는 이맘 때면 온통 노란빛으로 요란을 떤다.

공산터널을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이 거리는 길섶으로 빼곡이 들어선 은행나무들이 제각각 노란빛을 뽐내며 운전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가 하면 지나가는 자동차에 흩날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낭만적이다.

이곳 팔공로와 파계사~동화사를 잇는 팔공순환도로에는 짙은 노을빛 단풍나무들도 줄지어 있어 팔공산 일대는 지금 색깔 잔치가 한창이다.

하양에 자리한 대구가톨릭대학교도 빼놓을 수 없는 은행나무 명소. 팔공로 은행나무길이 드라이브길로 제격이라면 이곳은 거닐기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은행나무길은 캠퍼스 내 곳곳에 있지만 정문에서 본관 앞까지 300여m 이어지는 은행나무길이 특히 예쁘다.

잎들이 무성하고 색깔이 고와 학생들이 사진찍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한 은행나무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기숙사 가는 길'도 추천 코스. 나무 발판으로 이어진 이 길 양옆으로는 사람키만한 자란 억새무리들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곳은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잎, 그리고 은빛 억새들이 어우러져 진풍경을 연출한다

가족끼리 사진 한 장 찍기는 그만이다.

이밖에 도심권에는 봉산육거리~건들바위네거리(이천로)를 잇는 0.9㎞ 구간과 경북도청~대구체육관의 0.4㎞구간 등의 은행나무길이 한번쯤 찾아볼만한 명소다.

◆산사와 만난 은행나무길-영주 부석사

전국 명찰 주변에 은행나무 길이 적지 않지만 그중 영주 부석사 진입로는 전국적으로 이름나있다

매표소에서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까지의 오르막길 500여m는 양옆으로 은행나무들이 황금빛 자태를 뽐낸다.

부석사 앞 은행잎은 유독 싱싱하면서도 도톰한 잎새가 탐스럽다.

또한 부석면 소재지부터 사찰 입구까지의 4km 드라이브길도 온통 노란 은행나무들이 뒤덮는다.

이맘 때면 관광객들은 이곳 은행나무들을 감상하려 부석사를 찾는다.

산사의 호젓함과 함께 은행잎의 건강미가 이 가을을 더욱 운치있게 한다.◇ 은행잎의 효능우리나라 거리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은행잎. 하지만 은행잎은 예로부터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약재로 사용되어왔다.

또한 은행잎 속에는 '플라보노이드(Ginkgo-flavon glycosides)'라는 활성 성분이 있어 병충해가 잘 들지 않고 벌레나 곰팡이 등을 퇴치하는 물질로 이용됐다.

플라보노이드 외에 징코라이드(Ginkgolides) A.B.C도 은행잎 추출물의 중요한 성분. 징코라이드는 은행잎을 제외한 다른 종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성분으로 생체 내에 혈소판응집 및 유효산소생성, 미세혈관 투과성 증가 등을 촉진시켜 뇌 대사를 개선시키고 저산소로 인한 뇌의 손상을 방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은행잎에는 이 같은 좋은 성분 외에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먹거나 차로 끓여 먹어서는 절대 안된다.

은행잎 추출물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들을 제거하는 여러 가지 공정이 필요하다.

사실상 일반인들은 은행잎 추출물을 먹을 수 없는 셈. 현행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르면 은행잎 추출물은 식품의 주원료가 아닌 부원료로서 1회 섭취량당 7mg 이하를 사용해야 한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글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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