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온 지 4년 만에 비로소 문경사람이 된 것 같아요."
올해 34세의 태국 여성 낙품섬시씨는 2000년 다니던 교회의 주선으로 김대근(48·경북 문경시 신기동)씨와 결혼, 낯선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그동안 1남1녀를 두었지만 여전히 한국말도 서툴고, 아이들 뒷바라지와 공사장에서 일하는 남편의 많잖은 수입으로 외식 한번 제대로 못했다.
친정 나들이도 한번밖에 없었던 그녀는 3일 식구 네명 모두가 처음으로 문경새재의 은행나무 오솔길을 밟으며 가족 나들이를 즐겼고 문경관광호텔에서 꿀맛같은 하룻밤을 보냈다. 시집온 뒤 가장 호사스런(?) 시간들이었다.
이들 말고도 문경시가 이틀동안 마련한 '외국인 주부 만남의 장' 행사에는 외국인 주부 50명이 이국땅에서의 시집살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들은 문경의 문화와 역사를 설명들은 뒤 문경시는 송편과 약밥 등 전통음식 만들기와 노래·장기자랑 등 흥겨운 화합 한마당 시간을 통해 잠시나마 이국 시집살이에서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001년 필리핀에서 문경시 농암면 송곡리로 시집 온 마리셀 수비아(27) 주부는 "이 같은 따뜻한 자리를 마련하고 재미난 시간을 갖도록 해 줘 너무 고맙다"며 웃었다. 또 1997년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시집 와 남매를 둔 안미영(33)씨는 "시집온 뒤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바깥구경을 제대로 못했는데 무척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며 문경시에 감사를 전했다.
문경여성단체협의회 고선희 회장은 "문경에 사는 외국인 주부들은 바로 우리들이 자랑스런 문경인으로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고 김옥희 문경여성회관장은 "내년에는 더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문경관광호텔에서 열린 외국인 주부 만남의 장 행사에 참석한 주부들이 한복바로입기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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