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내일부터 신문 당장 끊어요. 제대로 보지도 않으면서 쓰레기만 만들고 있잖아요."
아침부터 거실에서 뒹구는 신문 몇 장이 신경에 거슬렸다.
매일 현관 구석에 쌓이는 신문과 아이들 책가방 속에서 나오는 신문은 언제나 나에게 큰 골칫거리였다
'이 넘쳐나는 신문을 어떻게 한담?" 물끄러미 신문을 내려다보던 내게 스치듯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NIE.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려 차일피일 미뤄 두고 있던 터였다.
구석에 쌓아 두었던 신문더미에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는 신문을 찾아 펼쳐들었다.
요일마다 다양한 정보들로 꽉 차 있었다.
현창체험학습, 좋은 책 소개, 여행정보, 과학학습, 역사 인물탐험, 영어회화, 한자까지 그야말로 백과사전이었다.
그날 아침 일로 인해 게으른 나를 반성하게 되었고 신문을 아이들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신문을 제대로 읽기부터 시작했다.
저녁에 자기 전에 신문을 펴고 학교에서 못 읽었던 기사를 함께 읽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독서를 좋아하는 아들에게서 먼저 변화가 왔다.
"엄마, 오늘 신문에 고구려에 대한 열 번째 이야기가 실렸어요."
신간 도서가 소개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사달라고 하고, 환경오염 때문에 심각해지기도 하고, 때론 일본이나 중국 사람은 나쁘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가끔은 신문 때문에 가족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더 자세히 알기 위해 또 다른 정보를 찾기도 했다.
신문 탐색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이번엔 기사 골라 자르는 일을 시작했다.
역사 이야기, 한국화 소개, 단편 동화, 영어회화 등을 하나씩 잘라 모으자 몇 달 후 몇 권의 책이 되었다.
읽고 정리하기에 익숙해지자 단순히 정보를 얻고 정리하는 단계를 넘어 창의성 교육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고 서점에 가서 신문 활용 사례를 담아 놓은 책을 한 권 샀다
한 장의 사진만 가지고도 여러 교과목에 응용할 수가 있었다.
경제나 정치 용어처럼 생소한 단어들은 찾아서 먼저 뜻을 알아보고, 삼행시 짓기나 글씨체 따라 써 보기를 하며 친숙해졌다.
신문에 나오는 광고는 NIE의 아주 훌륭한 소재가 됐다.
사진을 가지고 기자가 되어 기사를 써 보기도 했다.
기사문의 형식과 특성을 익힐 뿐만 아니라 사진속 인물의 표정이나 주변 환경까지 관찰하는 눈을 갖게 해주고 독해 능력도 키워주기 때문이다.
이제 신문에 보도되었던 사진들을 모아 역사 신문 만들기를 시도해 보고 짤막하게 소개되었던 나라들을 모아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지도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학교에서 어떤 과제가 나와도 망설임 없이 척척 해낸다.
돋보기와 가위를 들고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한 신문활용교육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애물단지에서 보물단지로 변한 우리 집 신문들은 오늘도 좋은 자리를 턱 차지하고 앉아 자신이 요긴하게 쓰일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어미숙('2004 신문사랑 NIE 공모전' 자녀와 함께 한 NIE체험수기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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