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계속되는 시기, 창업성공의 길을 웰빙(well being)에서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안먹고, 안쓰는 시대라지만 잘 먹고, 잘 쓰려는 사람들의 숫자도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파괴시대에 '고가 전략'으로 성공한 창업주들의 이야기를 살펴봤다.
◇산삼을 밥상에 올리다
이동열(45'코산 대표)씨는 산삼 배양근을 동결 건조, 요식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통해 요즘 월 3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구시내 유명 요식업체 30곳이 이씨로부터 산삼 배양근을 공급받아 조리해서 손님에게 내놓고 있다.
장어 위에 산삼 배양근이 얹혀 나오고, 해물탕 꽃게찜 해물찜 등에도 산삼 배양근이 윗자리를 차지한다. 건조된 산삼 배양근이라 씹히는 느낌이 좋다. 무엇보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요리안에서 산삼 배양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색으로 작용하면서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
"2월에 창업했는데 처음엔 무척 고전했습니다. 산삼이 얼마나 비싼데 산삼을 음식에 넣느냐고요. 유명 음식점 주방장들을 상대로 판촉에 나섰는데 미친 사람 취급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씨는 3개월 이상 판촉에 매달린 끝에 지난 5월 첫 번째 납품처를 찾았다. 대구시내 한 유명 장어집. 그 다음부터는 속도가 절로 붙었다. 장어집에서 산삼 배양근을 얹은 산삼 메뉴가 인기를 끌자 다른 식당에서의 문의가 쏟아진 것.
"산삼 배양근은 산삼 성분과 98.8% 동일합니다. 산삼 효능을 거의 다 갖고 있는 셈이죠. 실제로 제가 공급한 산삼 배양근 메뉴를 식당에서 먹어본 사람들은 '몸이 가뿐하다'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특히 30대 이상 애주가들이 많이 선호하죠. 최근엔 동대구농협과 계약, 산삼 배양근을 포장해 소매로도 팔고 있습니다. 벌써 납품액이 1억원을 넘었습니다."
이씨는 지난해까지 (주)기린 서울영업본부장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산삼 인공배양에 성공한 친구로부터 산삼 배양근을 음식에 넣는 사업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기린에서 회사 서열 6위에까지 올랐습니다. 사표를 내지 말라는 만류도 많았지만 이 사업은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에 과감히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창업자 스스로 자신의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창업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산삼 배양근을 넣을 경우 식당의 음식 가격이 기존 매뉴보다 50% 이상 비싸진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삼 메뉴 개발을 원하는 식당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내 한 유명 중국음식점이 산삼메뉴 개발을 거의 끝내는 등 조만간 100곳의 식당을 확보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053)624-3047.
◇햄버거에 웰빙을 심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 2'28기념중앙공원옆에서 지난 3월말 '번햄즈버거'를 창업한 박철민(37)씨. 월 4천만원의 매출을 기록중이다. 본점 인기가 이어지면서 지난 9월엔 대백프라자에 직영점을 한 곳 더 냈다. 2곳의 점포 매출을 더하면 월 5천500만원.
본점의 점포 크기는 35평. 불경기인데다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규모의 가게에서 올리는 매출액으로는 대단한 것. 주변에서는 입을 딱 벌리고 있다.
박씨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햄버거에 '슬로우푸드' 개념을 도입했다. 햄버거에 웰빙을 심는 방법으로 창업 초기에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저희 가게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받으려면 10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제대로 된 햄버거를 내놓기 위함이죠. 손님의 주문이 있어야만 조리를 시작합니다. 주문이 떨어지는 즉시 고기를 직접 갈아서 굽고, 야채도 당일 새벽 시장에서 사온 것을 넣고, 빵도 직접 주문 생산된 것을 사용합니다. 잡고기를 쓰고 화학첨가료를 많이 넣는 기존 패스트푸드점 햄버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죠."
때문에 이곳 메뉴표 가격은 4천900원에서 7천900원까지, 햄버거로서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비싼 편인데도 손님들의 증가세는 더 커지고 있다.
"처음엔 손님이 별로 없었죠. 대구사람들은 기다리는데 익숙하지 못한 데다가 햄버거는 빠른 음식이라는 생각 때문에 불평을 하더군요. 하지만 결국은 맛입니다. 좋은 재료, 제대로 된 조리는 맛을 좋게 만들고 손님들은 이 맛을 쉽게 잊지 못합디다."
박씨는 이 가게에 무려 3억원을 투자했다. 웰빙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낌없는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대구에서 햄버거에 슬로우푸드 개념을 넣은 사례는 저희 가게가 처음입니다. 이 집을 개업한다니까 주변에서 많이 말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아이템을 찾기 위해 서울 등 국내는 물론 미국까지도 다녀왔습니다. 결국 다녀보면서 느낀 것은 패스트푸드가 슬로우푸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원래 햄버거를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음식에 변형을 준 것이 성공을 거뒀습니다." 햄버거 가게지만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햄버거가 아니라 '요리'에 다다른 것이다.
"창업엔 멀리 보는 눈과 작은 것에도 신경을 쓰는 세심한 작업이 필수입니다. 저희 가게는 동성로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적은 곳에 위치했다는 단점도 있지만 공원옆이라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웰빙 메뉴에 어울리는 것이죠. 많이 생각한 만큼 성공확률도 커집니다." 053)254-3320.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안 쓰고, 안 먹는 불황기라지만 웰빙창업을 통해 맞불 작전에 나서는 창업주도 많다. 사진 왼쪽부터 산삼 배양근 사업을 통해 성공창업 대열에 선 이동열씨와 햄버거에 슬로우푸드 개념을 도입해 대박을 터뜨린 박철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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