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고소득층 소비마저 얼어붙었다

고소득층 소비마저 꽁꽁 얼어붙고 있다. 고소득층이 주 고객인 고가 수입의류 및 잡화, 수입차 판매량 등이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금융회사에 거액을 맡기는 고소득층은 급증하고 있다. 중·하위 소득층의 소비를 이끄는 고소득층이 장기간 경기침체에다 내년 도입되는 종합부동산세 등의 영향으로 더욱 지갑을 닫을 것으로 보여 내수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IMF 때보다 지갑을 더 닫았다"=9일 지역 백화점들에 따르면 전반적인 불경기에도 올 2분기까지 소폭 매출신장세를 보였던 수입 의류 및 잡화 매출이 3분기 들어서는 작년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 백화점 경우 이른바 '명품매출'이 2분기까지는 전년 대비 2.6%의 신장세를 보였으나 3분기에는 작년 동기보다 4.8% 줄어든 데 이어 10월에는 6%대까지 격감했다. 다른 백화점 역시 지난달 매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0.4% 줄었으며 루이뷔통 버버리 크리스찬 디올 등 대부분 수입 고가 브랜드가 10∼20%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IMF 직후에도 소득을 줄이지 않았던 고소득층이 앞으로 경기가 더욱 나빠지고,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이 늘어날 것이란 걱정으로 지갑을 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돈을 가진 사람들이 돈을 써야 중·하위 소득층의 소비심리도 살아나는 법인데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내수침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지역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달까지 332대에 그쳐 남은 두달 간 판매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연간 판매량 479대에 못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7월 2천244대였던 전국 수입차 판매량은 8월 2천34대, 9월 1천956대, 지난달 1천931대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카드 이용 역시 감소, 비씨카드 경우 최우수등급 고객에게 발급하는 플래티늄 카드 소지자들의 9월 평균 이용액이 130만원으로 작년 동월 159만5천원에 비해 18.5% 줄었다.

이처럼 소비는 줄어든 반면 금융회사에 돈을 맡기는 고소득층은 증가하고 있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을 맡긴 개인고객수가 올 1월 말 1만9천100명에서 9월 말에는 2만800여명으로 늘어났다.

▲ 내수의 '바로미터', 고소득층 소비=이처럼 고소득층(소득 상위 20%)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음에 따라 중·하위 소득계층도 '자동으로' 지갑을 닫을 것이란 우려다. 통계청의 10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4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 소비자 기대지수는 91.4로 전달보다 3.4포인트 급락했으며 6개월 연속 100 이하를 맴돌고 있다. 김기범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고소득층의 소비행태가 다른 계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때 현재와 같은 고소득층의 소비심리 침체는 내수침체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