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즐거운 달리기 '마라닉(Maranic)'

어둠이 시작되는 오후 6시. 대구시 북구 노곡동으로 이어지는 노곡교 아래 주차장. 제법 쌀쌀해진 날씨지만 드문드문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윤상갑(40·농협경북지역본부)씨도 일행 몇 명과 함께 출발했다.

오늘 목표로 한 거리는 6㎞ 정도. 노곡교 아래에서 출발해 침산교를 돌아오는 거리다.

뛰어보고 힘이 남으면 팔달교까지 2.5㎞ 정도를 더 돌아올 생각이다.

밤바람을 가르며 뛰는 건 언제나 상쾌하다.

흙길을 밟는 것도 기분이 좋다.

2㎞ 정도를 달렸을까. 숨이 차올라 조금 속도를 줄였다.

좀 더 지나서는 아예 걷기로 바꿨다.

일행 몇몇은 벌써 침산교를 찍고(?) 돌아오는 길이다.

윤씨는 그래도 서둘지 않았다.

뛰다 걷다 그냥 즐기면 될 일이다.

윤씨에겐 이미 달리기가 외롭거나 힘겨운 질주만은 아니다.

단조로운 달리기만 하기보다 '펀런(Fun Run)'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즐거운 달리기인 마라닉(Maranic)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마라닉은 마라톤과 피크닉의 합성어. 소풍을 가듯 재미있게 달리고 현지에서 여가도 즐기자는 뜻이다.

경주마라톤에 참가하는 많은 일본사람들이 경기 이후 경주관광을 즐기고 돌아가는 것도 마라닉의 하나다.

"얼마전 즐겁게 뛰자는 뜻에서 몇몇 주위사람을 모아 '주주(酒走)클럽'을 조직했습니다.

즐겁게 뛰고 난 후에 가볍게 한잔하자는 뜻입니다.

"

오는 20일 회원들과 청송자연휴양림으로 첫 '마라닉'을 떠날 예정이라는 윤씨는 달리기 이후 산행과 맛집기행까지 계획해뒀다고 소개했다.

대구지방법원마라닉클럽 회원 40여명은 지난 2002년부터 매년 두차례씩 마라닉 공식행사를 가진다.

지난 8월에는 팔공산을 다녀왔다.

수태골에서 시작해 동봉까지 산행을 한 후 대구시 동구 봉무공원으로 옮겨 단산지를 일주하는 3.7km의 달리기를 즐겼다.

오는 20일엔 동해안 칠포 바닷가(혹은 경주 보문호)로 마라닉을 떠날 예정이다.

"마라닉은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뛰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박해중 총무(대구지방법원 총무과)는 달리기 뒤에 맛보는 동해안의 싱싱한 회 한 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의 다름 아니다"라고 마라닉 예찬에 열을 올렸다.

대구지방법원마라닉클럽 회원들은 대구경북지역 최고의 마라닉 코스로 청송 자연휴양림 내 순환임로 5㎞를 꼽았다.

지난 2002년 6월 이곳을 다녀왔다는 회원들은 5㎞ 구간을 각자 능력에 맞게 최소 1㎞ 이상씩을 뛰었다.

약간의 경사는 있으나 코스가 평이하고 흙길이어서 달리기에는 그만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토요일 출발해 달리기를 즐긴 뒤 다음날 영덕 팔각산 산행과 횟집 순례도 잊지 않았다.

기록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도 마라닉의 매력이다.

몇시에 출발해 몇시에 도착했다는 관념엔 무덤덤할 뿐이다.

시간을 재다 보면 욕심을 내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무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뛰다가 힘들면 걷고 그러면서 관광지의 멋진 풍경들도 감상하며 달리기를 즐긴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다.

"우리는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지요."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대구경북 마라닉 코스

△금호강변

팔달교에서 검단동까지 10km 흙길 코스. 1km 간격으로 팻말표시가 잘돼 있다.

여름에는 날파리가 많은 게 흠. 흙길이라 무릎에 부담이 적다.

노곡교 아래 주차공간도 넉넉한 편. 팔달교에서 침산교까지 약 4.5km 구간을 왕복해도 좋다.

△봉무공원

대구공항에서 팔공로를 따라 직진하다가 경부고속도로 고가도 밑을 지나 처음 보이는 신호등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공원 내에 있는 단산지 3.7km를 일주하는 흙길이 좋다.

특히 나무그늘이 많아 봄, 여름, 가을 조깅하기에 좋은 코스다.

△신동재

중앙고속도로 칠곡나들목에서 왜관방면으로 조금 가다보면 고갯길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우회도로가 생겨 한산한 편. 2년전부터 대구마라톤클럽(http://www.daegumarathon.com/)이 언덕훈련코스로 이용하면서부터 알려졌다.

초보자가 쉬지않고 뛰기엔 어려운 코스다.

거리는 신동재 입구에서 정상까지가 오르막 2.9km, 고개너머 내리막 끝까지가 2.3km다.

△청송자연휴양림

청송군 부남면 대전리 휴양림 내 순환로 5㎞와 등산로 4㎞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여름엔 신록이 우거져 그늘 속을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과 달기약수터가 근처에 있어 마라닉코스로는 제격이다.

문의=054)872-3163, 870-6530.

△강축해안도로

영덕읍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강구면 하저리~금진해안도로~대구대학교 영덕연수원~영덕 하수종말처리장~영덕터미널로 돌아오는 약 18km의 코스로 약간의 언덕과 경사가 있으나 해안을 끼고 달리기 때문에 경치를 감상하며 달릴 수 있어 금상첨화.

△보문호 순환

현대호텔~한국콘도~콩코드호텔~조선호텔~육부촌~자동차 극장~힐튼호텔 ~경주월드~북군 다리 ~신천가든~한화콘도를 돌아오는 아스팔트 길 9.8㎞. 보통 호텔현대 앞 서라벌광장 주차장에서 스트레칭 이후 출발한다.사진: 청송자연휴양림에서 마라닉 공식행사를 가지고 기념촬영을 한 대구지방법원마라닉클럽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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