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자로 정부는 당정협의회를 거쳐 종합부동산세제를 확정 발표했다.
종부세를 국세로 할 것인지 지방세로 할 것인지조차 방향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면서도 보유세제를 종합적으로 확정 발표하는 순발력은 놀랍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과 재산보유의 기본 수단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을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몇가지 이유만으로도 너무 조급하게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첫째, 이번 보유세제 개편의 정책적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
국가가 법을 제·개정할 때엔 그에 합당하고 명백한 이유와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보유세를 늘리고 거래세를 낮춰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부담이 되게 만들어서 꼭 필요치 않은 부동산은 매각하게 만들고 그에 따라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 것이 이번 개편의 의미라고 정부는 말한다.
하지만 종부세 과세대상의 83%정도가 서울, 특히 강남사람이라는 점은 정부의 감춘 또 다른 한풀이 목적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과세표준 산정이 너무 복잡하다.
주택의 경우 공동주택은 기존 국세청의 기준시가를 과세표준으로 삼고, 다세대주택이나 소규모 연립주택은 기존 지방세에 대한 시가표준액산정 방식과 비슷하게 토지 따로 건물 따로 계산해서 합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단독주택은 공동주택처럼 토지와 건물을 합해 기준시가를 표준 주택에 대해 건교부가 산정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그에 준거하여 나머지 주택의 기준시가를 산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공동주택에 대한 기준시가만 해도 국세청이 시행한 지 10년이 넘는 경험을 가지고 위치나 구조가 비슷한 아파트들의 가격을 산정하는데도 현실과는 거리가 먼 가격을 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양이나 크기, 위치가 제각각인 단독주택을 몇 개의 표준주택가격을 준거하여 기준시가를 산정한다는 것은 지금의 행정공무원의 수나 역량, 경험 등에 비춰보면 거의 재난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민원이 넘쳐날 것이다.
셋째, 종부세를 국세로 하는 데에 당위성이 없다.
대부분 나라가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는 지방세로 하여 각 자치단체의 중요 재원으로 사용케 하고 있다.
구태여 종부세를 국세로 하여 산정하고 지방세로 납부한 금액은 공제해주고 거둬들인 종부세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복잡한 행정적 절차와 낭비를 겪을 이유가 없다.
국민들은 정부가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지방에 더 많은 교부금을 주기위해 국세로 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보유세를 국세로 전환한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정책목표(지방분권화)와도 맞지 않다.
넷째, 이번 개편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다.
비싼 주택을 소유한 사람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 견디기 어려운 고율의 보유세를 거둬들이면 가진 재산이 집 한 채가 전부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더욱이 퇴직하고 납세할 만큼의 소득이 없는 사람은 팔고 지방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십수년 전에 실패했다고 폐기한 토초세가 있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지금도 그 당시 토초세를 피하기 위해 억지로 지은 최소한의 건물로 도시계획이 흐트러지고 소유자도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똑같은 시행착오를 또 겪어야 할 참이다.
그리고 사업용 토지가 40억원 이상이면 고율의 세율을 적용한다고 했는데 이제 누가 사업 특히 제조업을 하기 위해 토지를 구입할 것인가? 가뜩이나 제대로 된 기업은 해외로 다 빠져나가고 산업공동화를 우려하고 있는데 제조업을 하기위해 토지를 구입하는데 대해 조세상의 규제를 하면 사업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사업용 자산에 중과세를 하더라도 최소한 제조업은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기업하는 사람이 애국자라고 대통령이 말씀한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벌써 가진 자를 도매금으로 청산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다섯째, 세율이 너무 높다.
주택에 대한 최고세율이 5%이고 나대지는 4%이다.
보유세로 이 정도의 세율은 혁명적이고 비상시에나 적용할 수준이며 평안한 상황에서는 너무 지나친 세율이다.
개혁의 이름으로 비정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정치는 국민들에게서 불만을 듣는 정도의 정책을 펴야지 원성을 듣는 정책은 삼가는 것이 100년을 이어갈 정치인이 할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종부세 도입이 추세이고 국민의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정부는 실제로 시행되기 전에 지금보다는 조금 더 침착하고 균형감있는 자세로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해 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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