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아직 조금 이르긴 하지만 대나무 숲 속에 서면 소리로 추위를 느낀다.
댓잎들이 스치는 소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대숲 산책길로 들어서면 일단 소리에 압도 당한다.
한없이 정겨운 소리일거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20m이상 솟구친 대나무 꼭대기에서 짓누르며 내려오는 소리는 뼛속까지 서늘함을 넘어 차가움을 느끼게 한다.
가을비가 내린 이후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때문인지 손까지 시리다.
하지만 차가움 속에서도 소리는 청량하다.
바람이 좀더 거세지면 타닥타닥거리며 대나무들이 서로 부딪치며 또 다른 소리를 낸다.
댓잎들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와 묘하게 어우러진다.
담양에서 대숲의 참 맛을 느끼려면 금성면 봉서리에 있는 '대나무골 테마공원'(www.bamboopark.co.kr)이 적격이다.
이곳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울창한 대숲 속으로 걷는 '죽림욕'. 대숲 사이로 3개의 산책로가 나 있다.
이 산책로와 조금 올라간 곳의 송림 속 산책로를 합치면 약 600m 정도. 그깟 거리야 10분만이면 훌쩍 끝날 것 같지만 일단 대숲에 들어서면 1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만큼 대숲은 찾는 이의 발걸음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이 대숲에서 영화 '청풍명월'과 '흑수선'을 촬영했다.
전설의 고향 '죽귀' 촬영세트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광주의 한 일간지 사진기자로 정년퇴직한 신복진(65)씨가 30여년을 정성껏 가꾸어 왔다.
울창한 대나무 숲 속을 걷는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죽림욕에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선 적어도 두 번을 취한다.
먼저 댓잎들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에 취한다.
뒤따르는 사람들의 인기척에 문득 정신을 차리지만 잠시 뿐. 작품사진에 욕심을 내고 대나무 줄기를 따라 하늘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다간 다시 현기증을 일으키기 일쑤다.
대숲 전체가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일렁이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남자와 닮았다.
휨이 없이 쭉쭉 뻗어 올라간 것이 시원시원하다.
이런 남성다움 때문일까. 의외로 이곳엔 여성들이 알음알음으로 많이 찾는다.
전라도쪽보다 대구쪽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의외다.
입장료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
이곳만으로 대나무 숲 여행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담양군에서 운영하는 죽녹원을 찾아보자. 조성한지 얼마되지 않아 대나무골보다 나무가 작지만 아기자기한 산책길 등이 잘 꾸며져있어 한가롭게 걸어볼 만하다
가까운 거리에 한국대나무박물관이 있다.
2천6백여점의 대나무 관련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싼 비용으로 가능한 죽세공품 체험장도 있어 아이를 동반한 여행객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다.
향토음식으로는 전라도식 갈비구이인 떡갈비와 대통밥, 옛날순대가 있다.
▒대구서 떠나기
대구에서 88고속도로를 타고 화원에서 2시간 정도 달리면 순창IC에 도착한다.
목적지는 담양이지만 순창에서 내려 담양으로 향하면서 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는 담양IC를 이용하는 일정이 더 낫다.
순창IC에서 담양 쪽으로 10여분 가면 왼쪽으로 순창고추장단지가 나타난다.
시간여유가 있다면 들러도 좋지만 당일여행이라면 지나쳐도 괜찮다
이곳서 다시 5분 정도 달리면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이 브레이크를 밟게 만든다.
하지만 본격적인 메타세콰이어 길은 '대나무골 테마공원'을 지나 담양읍으로 가는 길에 있다.
교통도 복잡하기 때문에 가볍게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석현교 지나기전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하면 대나무골테마공원이다.
이곳에서 담양군청 쪽으로 가다 큰 다리를 건너자마자 옛길로 좌회전하면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 소쇄원은 담양읍내에서 광주호 쪽으로 약 17㎞ 떨어져 있다.
승용차로 20분 거리.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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