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인탁기자의 대가야 유물 채집 체험

대가야의 고도 고령군은 대가야테마공원조성사업을 비롯한 각종 유적 복원사업과 숨겨진 가야문화를 밝히기 위해 문화재 시굴 및 발굴조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자는 옛 주거지 등을 찾아 토기조각과 각종 생활도자기, 유물 등을 채집하기 위해 대가야박물관 신종환 관장과 함께 지도를 들고 매장문화재의 흔적이 가장 많아 보이는 곳을 찾아 나섰다.

먼저 올해 대가야박물관에서 윷판무늬 암각화를 발견한 쌍림면 산당리 산자락을 찾았다.

신 관장은 "무턱대고 유물을 찾을 수는 없고 주거지로 조성됐을 것으로 판단되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옛 주거지는 앞에 내가 흐르고 평야가 펼쳐진 산자락이 유물이 나올 법하다"며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설명했다.

장갑과 비닐, 손삽 등을 들고 이같은 조건을 갖춘 산당리를 찾았다.

신관장은 한때 간첩신고가 성행했던 1970~80년대에는 허름한 옷차림에 카메라와 망원경, 지도 등을 휴대한 채 지표조사에 나서다 간첩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조사를 받은 적이 몇번 있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또 성주군 금수면에서 유물채집을 했을때는 살인사건때문에 경찰이 지문채취작업을 하던 곳을 지나다 경찰조사를 받은 얘기도 들려주었다.

산당리 앞은 안림천이 흐르고 산과 하천 사이는 평야다.

가을걷이를 하고 벼 그루터기만 남은 농토를 밑에 두고 남쪽방향에는 나즈막한 산자락이 펼쳐진 곳이었다.

신 관장은 아무리 유물이 있을 것 같은 곳이라도 경지정리를 하고 토지 형질변경이 심한 곳은 거의 유물을 찾을 수 없다고 한 수 가르쳐 주었다.

운동화를 신고 편안한 복장으로 나섰지만 손삽, 비닐봉지, 볼펜, 노트, 줄자, 지도 등을 챙기다 보니 다소 발걸음이 무거웠다.

한 두시간 걸려 밭 표면을 샅샅이 뒤지자 4세기 이전 유물로 추정되는 토기 파편 20여점을 채집했다.

신관장은 대부분 대가야시대 초기의 것이지만 조선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유약이 처리된 도자기 파편도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또 시냇가의 돌처럼 반들반들한 돌도 나왔다.

생활도구로 활용한 돌로 이곳이 집단 주거지임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신관장은 설명해주었다.

채집한 유물을 박물관 세척실로 옮겨 씻는 작업을 한 뒤 접합작업에 들어갔다.

직원들이 작업해 놓은 유물을 보니 세밀한 손질이 필요한 작업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무늬와 결, 굴곡 등을 살펴 수백개의 파편중에서 정확한 접합부분을 찾아 내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테이프로 임시연결을 한 다음 조각품이 다 맞춰지면 강력 접착제로 잇고 인공 복원작업을 더하게 된다.

직원들은 "끈기와 정밀한 작업인 만큼 완성품을 만들고 나면 큰 보람을 느끼게된다"고 말했다.

접합이 끝나면 유물 한 부분에 출토지역과 날짜를 나타내는 넘버링 작업을 하고 사진촬영, 실측, 기록 등의 과정을 거쳐 전시된다.

내년 4월 군민의 날 기념식과 함께 개관할 대가야박물관은 건물공사는 지난해 마무리됐지만 내부 전시공사 및 전시유물 정리 작업이 한창이다.

대가야박물관은 개관 이후 신 관장과 직원들이 군내 곳곳에서 유물을 채집하고 정밀 조사를 펼쳤다.

그 성과로 다산면 상곡리 구석기시대 유적을 발견한데 이어 운수면 봉평리 석기 제작장, 쌍림면 용리 제철 유적지, 운수면 월산리와 쌍림면 산당리에서 다양한 암각화 유적을 찾아내는 성과를 냈다.

유물, 유적발굴은 발굴에 앞서 지표조사 결과에 따라 시굴조사를 한 다음 문화재청이 발굴여부를 결정한다.

건설업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죽을 맛이다.

곳곳에서 매장문화재가 나타나 공사를 중지하고 발굴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발굴조사로 공사가 중단된 곳은 구 경찰서부지를 비롯 군부대 이전 부지, 도로개설공사, 테마공원조성지, 금산 기념숲조성지 등 7개소나 된다.

한번 발굴조사를 하게되면 공사는 6개월에서 1년이상 지연돼 업체는 큰 어려움을 감수하게 된다.

고령읍 주민들도 대부분 지역이 고도제한으로 지정돼 지산리 고분군을 시야에 가리는 곳은 건축때 문화재전문위원들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3, 4층이상 고층은 허가를 받을 수 없어 재산권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앞으로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 복원사업이 완료되면 다가올 발전된 모습을 고대하며 기꺼이 응하고 있다.

고령군은 인근 군과 광역협의체를 구성해 가야문화권 개발사업을 국책사업으로 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령군은 대가야왕릉전시관공사를 지난 2001년 준공한데 이어 대가야테마공원 조성사업과 박물관 개관공사, 우륵 박물관공사, 대가야문화밸리(고령여중과 여종고부지)조성, 금산 기념숲조성사업 등을 추진 중에 있다.

고령·김인탁기자?kit@imaeil.com사진: 대가야의 유적이 곳곳에 산재한 고령군 쌍림면 산당리에서 김인탁 기자〈오른쪽〉가 신종환 대가야박물관장과 함께 유물 채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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