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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텃밭, '그린 갈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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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제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바로 텃밭을 가꿀 때입니다.

"

도시민들의 농촌 생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아니면 불황 속에 반찬 값이라도 아끼려는 소박한 마음일까. 최근 들어 야산 자락이나 공원, 빈 터 등지에 3~5평 남짓한 텃밭들이 넘쳐나고 있다.

21일 오후 달서구 월성동 학산근린공원. 공원 야산 자락 곳곳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60, 70대 노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조그만 텃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는 황모(65), 서모(66·여)씨 부부는 "경북 상주에서 5천평 정도 농사를 지었는데, 손주들을 돌보느라 대구에 이사온 뒤 땅이 그리워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며 "업으로 농사를 지을 때와는 달리 농작물을 보고 있으면 즐겁고, 매일 나오니 건강에도 좋다"고 텃밭 예찬론을 폈다.

올해로 10년째 공원 인근에서 이곳저곳 자리를 옮겨가며 텃밭을 가꾸고 있는 윤오임(76·달서구 월성동) 할머니는 "누가 와서 훔쳐가도 좋고, 또 구청에서 밭을 갈아엎어도 좋다"며 "흙과 생명을 다루는 재미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윤 할머니는 텃밭 가꾸기에 푹 빠지기 시작한 뒤부터는 경로당에도 가지 않고 있다는 것.

아파트 단지 옆 야산 자락에 텃밭 주말농장이 운영되는 곳도 있다.

달서구 월성동 보성, 우방타운 등 고층 아파트단지가 모여있는 야산 뒤편 300여평의 땅에는 지주 2명이 연간 2만~ 3만원씩 받고 7~8평 남짓한 땅을 임대해 준다.

이곳에는 30여명이 고추, 상추, 배추, 시금치, 마늘 등 20여종의 각종 채소를 가꾸고 있는데 지금은 빈 자리가 없어 60여명이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실정.

텃밭농장을 관리하고 있는 백모(66) 할머니는 "1천평 땅을 모두에게 임대해 주기 힘들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며 "노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서울에서 내려온 자식이 부모님에게 직접 텃밭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일년에 들어가는 씨앗이며, 거름, 비닐 등의 비용이 20여만원에 달하지만 오히려 본전을 톡톡히 뽑을 수 있다.

이 밖에 달서구 와룡산, 본리공원과 남구 앞산, 동구 팔공산 자락, 북구 연암공원, 수성구 범어공원 곳곳에 텃밭이 있다.

도심 속 녹색 갈증이 커질수록 구청 담당 직원들은 골치를 앓고 있다.

텃밭이 많아지면서 그 규모도 점차 커져 산 위쪽을 야금야금 잠식, 그린벨트를 훼손하는가 하면, 경작이 금지된 공원에 밭을 가꿔 공원관리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달서구청 도시관리과 권영시 공원1팀장은 "개발예정지인 공원의 경우 텃밭을 없애고 나무나 장미꽃을 심는 등 수시로 단속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없어진 텃밭에 또 다른 주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오히려 단속원들을 호되게 나무라는 노인도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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