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차별화 ·브랜드화가 관건이다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타임지 최근호를 읽으면서 흥미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Best in Asia'란 특집기사인데 아시아의 베스트 35가지를 선정한 내용. 최고라기보다는 특징적인 면이 더 강조된 것으로 보였는데 기억나는 것은 호주와 인도의 해변, 미얀마의 불상, 일본의 라이브 뮤직 홀, 라오스의 맥주, 홍콩의 산책로 등등이 소개돼 있었다.

한국도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어이없게도 라면이었다.

그리고 그나마도 일본 밖에서 최고의 라면이라고 소개돼 있었다.

나는 타임지의 에디터에 대한 원망이 들었다.

한국에서 그렇게도 찾을 것이 없었는지 우리의 갯벌도 있고, 갈비구이도 있고, 내장산 단풍도 있는데. 그렇지 우리의 갯벌은 사라지고 있던가?

과연 한국의 틈새 라면을, 그것도 일본 밖에서 최고라는 라면을 먹어보겠다고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별로 물려받은 것이 없다.

우리가 교육받았던 아름다운 금수강산도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장관이라기엔 다분히 미흡하다.

분명 아름답긴 하지만 특별히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우리의 거리는 오스트리아의 거리처럼 음악이 흐르는 듯한 정취를 주지 않는다.

곡선의 미를 자랑한다는 우리의 옛 궁전도 특출한 심미안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보통의 사람들에겐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다.

우리 것을 너무 폄훼한다고 생각되겠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한국에 왔으니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자는 것은 있어도,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러 한국에 오고 싶은 요소가 너무 적다.

있다면 일본보다 값싼 겨울스키, 동대문 시장과 욘사마 정도일까?

우리는 정말로 물려받은 것이 없을까? 아니다.

비록 장관은 아니어도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독특한 아름다움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단지 그것에 맞게 브랜드화하지 못했던 것이다.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특징 있게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평범하게 방치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상상을 해 본다.

한강변을 따라 소나무숲과 석탑, 전통 양식의 건물이 줄 서 있다면, 춘천에서 파로호에 이르는 강변의 전신주를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장승으로 이어 놓는다면,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가는 국도 옆으로 돌하루방의 무리를 도열시켜 본다면, 여의도를 외국인 전용 대형카지노와 호텔 기지로 만든다면 어떨까?

강은 강이되 그냥 강이 아니고 국도도 그냥 찻길이 아니게 하는 것이 바로 차별화와 브랜드화인 것이다.

무언가 보고 싶고 찾고 싶은 요소를 만드는 것이다.

필자가 해외 출장 중 그 나라에서 방영되는 한국에 대한 뉴스는 거의 부정적인 장면이었다.

대부분이 거리의 데모, 파업, 북한문제, 정치소요 등. 그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긴다.

주식시장의 냉정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부정적 요소만 해결되면 바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이미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부정적 요소가 잊히는 시간까지 포함해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더 늦출 수 없는 것이 코리아 브랜드 만들기이다.

우리가 아무리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 우겨도 해발 천 수백 미터의 아름다운 산은 흔하고 흔하다.

해발 2천 미터에 호수가 있는 레이크 타호가 있는 미국인에게 설악산은 일부러 찾을 만큼의 볼거리가 아니다.

관광객이 찾는 것은 분위기 편안함 또는 장관과 재미이다.

우리는 이러한 브랜드적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

소양강변에 장승으로 이어진 드라이브코스를 만들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다음 세대에 물려줄 뉴딜이다.

우리가 잘 만든 상품을 브랜드화하고 수출하는 것도 세계화이지만 볼 거리를 만들어 가보고 싶은 한국을 만드는 것도 수출이며 세계화이기 때문이다.

양덕준 (주)레인컴 대표이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