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의 의료이야기-(18)의료제도를 보는 두 시각

"한국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다.

"(시민의료단체)

"한국 의료는 하향평준화를 초래하는 '거지의 평등'을 추구하고 있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오늘의 한국 의료제도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이다.

시민의료단체는 최근 인천 등 경제특구 안에 설립될 외국병원에 내국인 진료를 허용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의료체계의 붕괴'란 표현을 사용하며 반발했다.

시민단체들은 내국인 진료(건강보험 혜택 없음)의 허용은 소수 부유층을 위한 것이고,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이라는 기존의 틀을 무너뜨려 국내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보건의료 학자 143명도 최근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은 의료 이용의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의료 전반에 대한 국민 불만과 불신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외국 병원의 서비스 질 향상은 국내 병원의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고 이는 수가 인상, 민간보험 도입 촉진, 기존 건강보험제도 붕괴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정부(특히 경제부처)와 대부분 의사단체는 의료에 자본주의적 시장원리가 도입돼야 의료의 질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은 지난 21일 가톨릭의대 마리아홀에서 열린 의료경영세미나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알아야 병의원을 경영할 수 있다'는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국내 의료분야는 '평등 창출'을 명목으로 정부가 시장을 대치하고 있으나 이는 모두를 거지로 전락시키는 '거지의 평등'일 뿐"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정부의 의료분야 개입은 가난한 사람을 끌어올려 모두가 잘 살도록 하는 '상향 평준화'가 아닌 잘 사는 사람까지도 끌어내리는 '하향 평준화'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다.

돈 없는 사람이 암과 같은 중병에 걸렸을 경우 현재의 건강보험은 보장성이 취약해 집안이 거덜나고 있으며, 돈 있는 사람은 양질의 치료를 받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쪽(못 가진 자)에선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쏟아져 나오고, 다른 쪽(가진 자)에선 비싼 비용을 치르더라도 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정책도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민간주도형인 미국의 경우 높은 비용을 지불해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가 4천여만명에 이른다.

반면 영국의 경우 세금으로 보험을 운영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없지만 오랜 대기시간,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참아내야 한다.

한국의 의료제도가 수술대에 올랐다.

어떤 목적을 갖고 어떤 변화를 추구할지, 여기엔 국민들의 선택이 따른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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