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일방적인 미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 사실상 미국을 정신적 모국으로 삼아온 우리나라에서 미국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서가 희소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미국을 단지 감정적으로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미국 역사와 사회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냉정하게 한·미 관계를 바라보려는 내부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
한국 현대 사회를 냉철하게 분석해 온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이번엔 미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의 머리 속은 여전히 거대한 제국의 위세 속에서 작은 나라 한국이 살아갈 방도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차 있다.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은 미국 유일 패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나름의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뇌의 산물이다.
김동춘 교수에게는 '이론과 실천의 통일을 고민하는 진보적 지식인의 전형'이라는 평가가 늘 따라다닌다.
다양한 사회 참여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아웃사이더', '경제와 사회' 등 진보 성향의 잡지에서 편집위원을 지냈고 '참여연대' 등 여러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특히 그의 저서 '전쟁과 사회'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모티브가 됐으며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출품할 '한국의 책 100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국이 왜 전쟁을 지지하게 되는지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전쟁중인 이라크는 곧 50여년 전의 한국의 모습이었고 이라크 전쟁과 한국 전쟁이라는 두 사례를 비교함으로써 미국의 전쟁, 자본주의, 기독교 근본주의를 하나의 체계 속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김 교수는 이 책에서 '시장'과 '전쟁'이라는 키워드로 미국 사회를 분석한다.
시장과 전쟁이야말로 미국을 존립하게 해주는 두 엔진이다.
시장만능주의는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으며, 풍요를 향한 열망은 범죄를 낳고, 미국 내부의 범죄와 폭력은 외부의 폭력(전쟁)으로 이어진다.
그는 "지난 20세기 세계문명을 주도한 친절하고 경건하며, 관용적이고 창의적인 사람들로 넘쳐났던 미국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언제부터인가 미국은 자신의 번영과 풍요를 지키기 위해 이웃의 시장과 자원을 엿보기 시작했으며 미국의 정치가들은 자국 기업가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문명과 반공, 자유,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채 군대를 해외에 주둔시키고 은밀한 공작을 꾸미며 '더러운 전쟁'을 감행해왔다.
그는 "미국식 자유와 시장경제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의 오만함은 다수의 세계인들과 자국의 빈곤층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미국을 다루되 한국현대사가 곳곳에 투영돼 있다.
이라크에서의 민간인 학살과 고민의 모습은 한국전쟁 당시의 참상과 오버랩되고 제3세계에서의 전쟁범죄와 1980년 광주 학살이 연결된다.
그는 "한국이야말로 전세계 국가 중에서 제1차 미국화(냉전)와 제2차 미국화(지구화)가 공존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진단한다.
김 교수는 "오늘날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원조격인 미국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앞으로 한국사회에 대한 분석을 계속하면서 근대 국가와 한국 지배 체계의 형성에 초점을 맞춰 나갈 계획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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