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어머니

소프라노 신영옥은 앙코르 곡으로 올드 팝인 지미 오스몬드의 '나의 어머니(mother of mine)'를 즐겨 부른다. 리틀 엔젤스 시절, 해외공연 때 단원들이 어머니 생각으로 눈물지으며 불렀다는 노래다. 몇해전 어머니를 잃은 신영옥이 '어머닌 내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행복을 주셨어요'라는 부분을 부를 땐 언제나 청중들의 가슴도 찡해진다.

▲비(非)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는 바로 '어머니(mother)'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5일 영국문화협회가 102개 비영어권 국가의 4만 여명에게 70개 영어 단어중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고르도록 했더니 '어머니'가 1위에 올랐다. 그뒤로 열정(passion), 미소(smile), 영원(eternity), 환상적(fantastic), 운명(destiny), 자유(freedom), 자유(liberty), 평온(tranquility) 등이 선택됐다. 발음이 아름다워서, 또는 이미지나 여운의 아름다움때문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어머니'란 단어에 사람들이 끌리는 것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그 누구에게나 아름다움 이상의 존재가 바로 어머니이므로.

▲얼마전 비(非)독일어권 사람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독일어'는 '소유(habseligkeiten)'였다. 괴테학회와 독일어회의,독일어협회가 111개국 2만2천800여 명에게 제시한 95개의 단어중 '든든함', '사랑한다', '순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단어의 즉각적 느낌이나 이미지보다 매력적인 설명을 중시한 결과이긴 하나 아름다운 영어단어와는 사뭇 비교되어서 재미있다.

▲한데, 이들 아름다운 단어 어디에서도 '아버지'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아버지 역시 누구에게나 가장 가깝고 아름다운 존재일 텐데…. 아무리 21세기가 여성의 시대라지만 아버지의 이름이 이토록 홀대받는다(?)는 사실에 많은 남성들이 씁쓸해 할 것 같다.

▲만약,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 붐이 일고 있는 아시아의 비(非)한국어권 국민들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한국어'를 뽑으란다면 어떤 단어가 선택될까. 요즘 일본의 14개 한국교육원에는 한국어 수강생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중국에선 27개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설치돼 있을 정도라 한다. 아마도 일본에선 '배용준' 또는 '사랑해요'가 뽑히지 않을까. 그들에게 한국이 아스라한 첫사랑의 기억마냥 그리운 나라로 다가가는 것이 기분 좋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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