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코드개혁을 하려면 제대로해야

한동안 군 장성 인사비리 수사가 떠들썩하더니 급기야는 '코드개혁'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군장성 인사 비리 의혹이 터져나와 "올것이 왔다"고 여겨졌는데 느닷없이 야당에서 '코드'라는 말을 들고 나온 것이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대처과정을 보면 의혹을 부를만도 했다. 수사 초기에 청와대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청와대나 여권은 군 개혁의 정당성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여당에서 국방분야를 담당하는 안영근 제2정조위원장은 군인사 비리와 관련한 국정조사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군의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25일 남재준 육참총장의 사의표명에 따라 군 인사비리 수사가 청와대와 군 수뇌부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일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청와대는 일순 당황하기 시작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남 총장의 사의 번복을 지시했다. 군 인사 개혁의 당위성 때문에 군 내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곧바로 뒤따랐다.

군 검찰의 수사과정을 예의주시하던 야당은 남 총장 사퇴파문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노 정권을 정면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노 정권이 군에 대한 코드 인사를 기획하다 급기야는 남 총장 사퇴파문까지 불렀다는 것이다.

사실 정권의 입장에서는 군 수뇌부에 정치적 성향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군 통수권을 장악하고 있는 대통령 입장에서 군 수뇌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면 달가울 리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군내부의 동요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육참총장의 사의 표명 때문에 흔들릴 정도의 내부 개혁이라면 아예 손을 대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93년 군내부 개혁의 대표적 예로 하나회 숙청작업이 있었다. 하나회가 군내 사조직으로 대표적 척결대상이라는 점 때문에 다소의 희생양이 있었지만 잡음은 곧바로 진화됐다.

코드개혁을 할 거라면 제대로 해야 되는 것 아닐까.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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