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WTO 협정이나 GATT 위반인가 아닌가.
이 문제를 놓고 법리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것은 GATT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무엇이 논란인가
최근 경북 상주시의회와 구미시의회는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해 통과시켰다. 그러나 '학교급식에 필요한 우리 농·축산물을 사용하는 경우 예산 범위내에서 식품비를 지원할 수 있다'와 '식재료를 구매할 경우 우리 농·축산물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조례 내용에 경북도는 제동을 걸었다.
경북도는 최근 상주시의회가 제정한 조례안이 GATT를 위반했다며 재의결을 요구했고, 구미시의회에 대해서도 재의결을 요구할 방침이다. 경북도의 재의결 요구는 국무조정실과 행정자치부 지침에 따른 것. 이들 지침에는 '우리 농·축산물 등을 사용하는 경우 WTO농업협정에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라는 단서를 명시하고 있다. 상주와 구미는 이 같은 단서를 삽입하지 않고 다른 문구를 넣었다는 것.
국무조정실과 행자부 지침을 따르더라도 우리 농산물 사용에 예산 지원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는 만큼 경북도는 상주시의회가 조례안을 재심의해 이런 단서 조항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도는 또한 '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로 수정하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학교 급식은 과연 WTO 협정 대상인가
시민단체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WTO협정과 GATT 규정을 너무 엄격하게 학교급식 문제에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아예 협정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없잖다. 'WTO시대의 농업통상법'의 저자인 송인호 변호사는 학교급식에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WTO협정이나 GATT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는다.
정부 조달의 경우 GATT에서 정한 '내국민 대우' 즉 '외국인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닌데, 학교 급식은 정부 조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WTO 정부조달 협정은 농업협정 등과 달리 WTO회원국이라 하여 준수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이를 승인한 나라에서만 적용되는 복수당사자간 협정이다.
그는 "설령 지방정부의 조례가 학교급식에 우리 농·축산물 사용을 의무화하더라도 WTO협정 또는 GATT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지적했다. 그는 또 "WTO 협상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행정기관의 조례를 제한하는 것은 올바른 법 해석이 아니다"라며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에 대한 예산지원은 WTO 협정상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경북도는 왜?
경북도가 상주시의회 등에 조례(안) 재의결을 요구한 것은 경북도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행자부로부터 겪었기 때문. 경북도의회는 상주시의회가 이번에 제정한 것과 비슷한 조례(안)을 지난해 12월 통과시켰다가 행자부로부터 재의결을 요구받고 수정 의결했다.
경북도 법무담당관실 관계자는 "행자부가 WTO협정 위반이라고 한 지침이 내려온 마당에 모른 척하고 있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재의결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 농산물 의무사용 조항을 선택조항으로 바꾸고 'WTO 협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라는 문구만 들어가면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자구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문제는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안양시와 전남 나주시, 영암군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이용할 경우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례를 만들어 이미 시행 중이다. 경남 교육감과 전북 교육감은 각각 경남도의회와 전북도의회를 상대로 '학교급식 조례 재의결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대법원에 제기,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학교급식에서의 우리 농산물 사용지원을 둘러싼 WTO협정위반여부는 법원의 심판에 의해 가려질 전망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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