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계의 고질병 중 하나가 잘 되는 사람 끌어내리기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풍토다.
경북오페라단(단장 김혜경)이 디오페라단(단장 박희숙)을 상대로 지난 11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때 오페라 '무영탑' 공연을 하면서 자신들의 포스터·전단지 이미지를 무단 사용했다며 최근 대구지법에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도 지역 예술계의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단적인 예다.
경북오페라단은 권리를 찾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음악인들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참가단체 선정에서 배제된 데 대한 분풀이가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각이다.
지난 4월 축제 참가단체 선정과정에서 신생오페라단인 디오페라단이 경북오페라단을 제치고 선정되자 경북오페라단 측은 "선정에 문제가 있다"며 축제조직위를 비난하면서 파문을 일으켰고, 디오페라단이 '무영탑'을 공연할 수 없다며 작곡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소송 제기 소식을 접한 음악계 인사들은 "소송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며 비판적이다.
2000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때 경북오페라단 '무영탑' 공연에 박 단장이 주역을 맡는 등 두 사람이 서로 잘아는 선후배 사이인데도 축제 참가를 놓고 벌인 감정싸움이 결국 법적인 문제로 비화됐다며 혀를 차고 있다.
또 저작권 문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정도로 지역 예술계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현실인데도 동료 예술인에게 도움은커녕 화풀이성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제 얼굴에 침뱉기'라는 것. 결국 지역 음악계 발전을 위해 어려운 결심을 했다는 경북오페라단의 주장은 "허울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게 음악계 인사들의 반응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최근 몇년 새 지역 음악계가 대화로 문제를 풀지 않고 잇따라 사법기관에 진정과 소송을 내는 풍토가 만연한 것도 개탄을 사고 있다.
'나 아니면 안돼'라는 이기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이권 다툼과 편싸움만 하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깊게 각인될까 두렵다.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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