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지하철공사직원의 안타까운 죽음

"태어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딸 지영이와 아들 원석(5)이는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간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

10일 밤 10시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207호. 대구지하철공사 전기신호사업소 직원 고 장윤동(34)씨의 아내 김혜은(30)씨가 조문실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8일 오후 남편 장씨가 '원석이를 안아보고 싶다'며 아들을 꼭 껴안은 뒤 갑자기 의식을 잃고 밤 11시쯤 숨을 거뒀기 때문.

아내 김씨의 마음을 더욱 멍들게 하는 건 지난해 지하철참사 때의 아픈 기억이다.

고인이 된 장씨는 당시 중앙로역 기계실에서 근무했으며 화재참사로 인해 마지막에 극적으로 구조돼 점차 회복되는 듯했으나 지난 10월 영남대병원에서 담도암 진단을 받은 뒤 간 등 다른 부위로 급격히 전이돼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

김씨는 "남편이 지하철공사 직원인 것이 자랑스럽고 지난 지하철참사 때 극적으로 구조돼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남편은 아파 누워있어도 '꼭 일어나 다시 출근한다', '동료들이 빨리 보고싶다', '지하철 홈페이지에 무슨 소식이 실렸는지 봐달라' 등 자신의 직장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대변하듯 조문실 앞에는 대구지하철공사, 지하철 노동조합, 지하철 전기신호사업소, 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 지하철참사 부상자가족대책위 등 '지하철'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화환들이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빈소를 지키고 있던 장씨의 동생 승필(33)씨는 "참사 때 구조된 이후 기침약, 가래삼키는 약 등을 1년가량 복용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난 10월 중순까지 정상적인 업무를 봤다"며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고 형의 죽음을 애도했다

특별한 직업없이 두 자녀를 키워야 하는 아내 김씨는 두가지를 걱정했다.

하나는 연예시절 5년, 결혼생활 5년 등 남편과의 다정했던 추억들을 영원히 기억 속에 묻어야 하는 것, 또다른 하나는 가능하다면 대학시절 전공과 영양사 자격증을 살려 내년 9월에 개통되는 지하철 2호선 차량기지에서 식당 영양사로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11일 오전 아내 김씨는 아들 원석이와 함께 사랑했던 남편을 경북 성주군 우성공원에 묻어야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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