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돋보기-MBC 김춘수 시인 추모특집

'날이 저물자/ 내 근골과 근골 사이/ 홈을 파고/ 거머리가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베꼬니아의/ 붉고 붉은 꽃잎이 지고 있었다.

'(처용단장 제1부)

지난달 29일 한국 현대시의 한 축이었던 '꽃의 시인' 대여(大餘) 김춘수가 여든 두 해의 삶을 마감했다.

8월 초 식사 도중 기도가 막혀 쓰러진 지 넉달 만이었다.

김춘수는 한국의 시에 '관계'와 '존재'라는 현대적 존재론을 선구적으로 탐색한 시인.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꽃의 소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처용단장' 등 25권의 시집을 남기며 한국 현대시에 굵은 획을 그었다.

MBC가 15일 낮 12시 15분부터 김춘수 시인 추모특집 다큐멘터리 '시인 김춘수-바다로 돌아간 처용'을 내보낸다.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김춘수 시인의 시세계를 다루고 그의 일생을 재조명할 예정. 특히 '꽃'으로 알려진 관념적, 철학적 시세계를 넘어 '처용연작'으로 대표되는 그의 무의미의 시세계를 다루게 된다.

김춘수의 육성으로 초창기 작품을 들어보고 그를 아끼는 지인들을 통해 김춘수의 시와 대중적인 시의 차이점도 알아본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그에게 바다는 태어남과 죽음, 자유, 고통을 상징하는 시심(詩心)의 보고였다.

그는 바다와 사람, 배가 어우러지는 선창을 보며 예술혼을 키워갔다.

"바다는 나의 생리의 한 부분처럼 되었다"고 되뇌었다.

이 프로그램은 통영이 고향인 그의 출생부터 유년기, 그리고 역사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나약한 시민이자 시인이었던 그의 삶에 대해 들어본다.

5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외손녀 두 명과 함께 살았던 그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시작(詩作)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시들지 않았던 시에 대한 그의 열정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살펴본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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