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삼도(三道) 접경마을.
이 곳 사람들은 사는 곳은 달라도 정겨운 이웃이다.
소백산을 경계로 경상도와 강원도, 충청도로 나눠진 3도 주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화합과 친목을 다지고 있다.
바로 경북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와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와성리가 만나는 3도 접경지다.
조용히 그러나 평화롭게 삶의 터전을 지켜 오던 이 곳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개발 등에 따른 안타까운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오히려 더 많은 교류와 유대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부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도심에서 너무도 멀리 떨어진, 산간 중의 산간 도계지역을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 강원도 영월군이 지난 98년 행정교류협의회를 발족시킨 뒤 활발한 인적, 물적교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러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흘러야만 했다.
오랜 세월 바깥 세상으로부터 잊어졌고 자연스럽게 삼도 마을은 오랜 세월 개발혜택을 받지 못한 교통불편에다 행정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영주 남대리 임수경(49) 이장은 "30년 전만 해도 경북 영주시 순흥(2·7일), 단산(4·9일), 부석(1·6일)장이 서는 날이면 단양 의풍리와 영월 와성리 사람들이 이른 새벽부터 나무?숯, 산약재를 이고 지고 고치재(단산)와 마구령(부석)재를 넘나들었다"면서 "그러나 1960년대 화전민 이주정책 이후 주민들은 떠나고 마을은 피폐해졌다"고 회상했다.
영주시 박석홍(51) 학예연구원도 "20여년 전만해도 통신, 전기공급이 정상적으로 안돼 전화료는 경북 영주, 전기료는 충북 단양, TV수신료는 강원도에 납부했다"면서 "최근까지도 경북 영주시 부석 감곡, 마락, 남대리 일대는 강원도 강릉방송, 영월방송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감록에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소개될 만큼 뛰어난 자연경관과는 달리 세상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삼도 접경마을은 이처럼 행정구역과 말씨(사투리), 생활권은 달라도 한지붕 세집 살림을 사는 곳이었다.
남대리의 임상연(77) 할머니는 "말이 강원도와 충청도로 나눠졌지 대대로 한가족같이 돕고 살아왔고 지금도 농사철이면 3도 사람이 모여 품앗이로 정을 나누고 있다"면서 "도로사정이 좋아지면서 대도시와 충청도, 강원도 등에서 온 낯선 사람들의 왕래도 요즘 잦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3개도 시·군 자치단체 간 행정교류를 시작한 지 7년을 맞으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점차 개발과 웰빙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상호협력의 필요성이 커졌다.
행정교류회가 상급기관에 건의한 3도 접경지역 연계 개발(교통망, 역사문화유적권, 특산물)안이 받아들여져 영주시와 단양군, 영월군을 잇는 3도 도계 도로 확장 및 포장공사가 추진되고 있는 것. 이 도로가 완공되면 영월군의 김삿갓 계곡과 단양군의 온달산성, 영주시 부석사를 연결하는 관광벨트가 구축돼 경북북부권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 영월군청의 김동섭(46) 김삿갓 문학관장은 "행정교류회가 발족한 뒤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만 연간 1만5천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며 "도로가 완공되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더 늘어날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경북지역 도계 도로공사 구간이 소백산 국립 공원지역에 포함돼 환경파괴 등의 문제로 부석면 임곡리~남대리를 잇는 6km구간의 공사가 불가능해질 경우 접경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충북과 강원지역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영주 남대리 임수경 이장은 "무엇보다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도로 확장·포장이 시급하다"며 "공원 측이 하루 빨리 환경영향 평가를 통해 도로 확장·포장공사 허가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3도 접경지역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자치단체 간 상호협력 및 동반관계로 영주시청과 영월군청에 근무하던 남녀 공무원 3쌍이 도계를 넘는 사랑의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영월군청의 여직원 엄혜정씨가 영주시청의 조한철씨와 결혼한 것을 비롯해 영월군청에 근무하던 총종한씨와 김태원씨가 영주시청의 여직원 이재숙· 권명숙씨와 잇따라 백년가약을 맺었다.
권영창 영주시장은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자연모습과 역사는 하나"라며 "낙후된 면도 있지만 가장 경북적이고 가장 충북적이고 가장 강원도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3개 시·군간 민간차원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주시는 올해 단양군 및 영월군과 도계개발사업, 관광벨트 구축, 소백·태백산권 종합 관광안내도 10만부 공동 제작·배포, 단종문화제, 소백산 철쭉제, 풍기인삼축제 등 주요축제장 농·특산물 판매 교류전을 펼쳤으며 단양군과 영월군에 골재를 판매, 연간 24억9천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사진설명 : 영월군 하동면 김삿갓 묘 옆 잔디광장에서 제7회 3도 접경면 주민화합대회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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