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기업만 고집'이젠 버릴 때

한 중소기업 CEO의 충고

"꼭 40년 전인 1964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지금 대졸 취업난이 심각하다지만 당시엔 지금보다 더 심했습니다.

대졸자들이 갈 수 있는 직장은 오직 은행밖에 없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 많은 젊은이들이 방황했었죠."

종업원은 20명뿐이지만 세계 최고의 시장 미국에 올해에만 자사제품 1천200만달러어치를 수출,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불리는 섬유업체 DW MILL(대구 상리동) 정봉욱 대표(62). 그는 직장이 없어 방황했던 40년 전과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직장이 많은데도 일을 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지역의 한 사립대학 출신자를 지난달말 채용, 미국지사에 보내려니까 이틀 만에 사표를 쓰더군요. 올해 신입사원으로 뽑은 10명 중에 3명이 이미 퇴사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이래서는 안됩니다.

더 넓은 세상에 나가 부딪치고 새로운 경험을 해야하는데 중소기업이라고 싫다 하고, 근무지가 미국이라고 손사래를 친다면 되겠습니까?"

섬유회사에 근무하다 1998년 현재의 회사를 창업한 정 대표는 지금 우리나라의 취업난이 '대기업 취업난'이라고 했다.

젊은이들이 오직 대기업만을 선호, 대기업에 가지 못한 고학력자들은 '백수'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 결국 이런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구인난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가 어두운 중소기업의 CEO라면 젊은이들을 굳이 붙잡지 못합니다.

하지만 대구지역에만 해도 얼마든지 '훌륭한 중소기업'이 많습니다.

저희 회사 제품, 뉴욕 맨해튼의 바이어들이 앞다퉈 구매하려고 합니다.

지역 중소기업의 실력이 우리 젊은이들의 생각처럼 '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그는 올해 대구경북중소기업청의 추천을 받아 대학4년생 1명을 '해외시장개척요원'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만족. 지난 8월 DW MILL의 미국 지사로 날아간 그 학생은 올해 1천만달러 이상을 수출하는데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이 학생은 귀국하는 대로 정식 채용될 예정.

"젊은이들이 체험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합니다.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만 보던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책상머리에서 탈피, 다양한 경험을 하다보면 어학실력도 절로 늘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시장개척요원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에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해야 합니다.

저는 올해 처음 이 제도를 활용했는데 젊은이들은 중소기업을 알게 되고, 중소기업은 젊은이들의 역량을 통해 기업성장에 큰 도움을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폴리에스테르 중심의 저부가 제품에서 탈피, 퀼트제품 개발을 통해 미국에만 연간 1천만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DW MILL 정봉욱

대표는"젊은이들이 중소기업 근무를 통해서도 세계시장을 누비는'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주문물량을 점

검하는 DW MILL 무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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