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안 '장애'는 개인의 운명적 문제로 인식돼 왔다. 장애에 사회적 낙인이 따랐으며, 장애인과 그 가족 스스로도 장애를 사회 문제화하는 데 주저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1990년대 후반 이후 인식이 달라졌다. 장애인 스스로의 운동에 의해 선도되고, 세계보건기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별한 상황을 배려하지 않는 생활 환경이 장애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게 그중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장애인·노인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장애인 법관·교수 등의 성공담이 이따금 나오고, 각종 편의시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러나 한 꺼풀 안을 들여다보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크게 지양되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450만 장애인의 실업률은 일반인의 7배나 되고, 임금도 79만원으로 평균의 절반도 되는 형편이다.
○...대구광역시 동구 각산동 일심재활원(원장 김기진 신부)에 지난 7월 문을 연 조그마한 가게 '동수와 태수의 행복매점'이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데우는 미담이 되고 있다. 재활원에서 익힌 기술로 몇 년 간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지난해 실직했던 김태수(31·정신지체장애 1급)씨와 이동수(28·정신지체장애 3급)씨가 함께 '어엿한 사장'이 됐다.
○...1년 동안 '백수'였던 이들이 일심재활원의 아이디어와 배려로 개점한 이 가게는 원내의 공터에 지은 2.5여 평의 작은 규모나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한다. 두 사람이 모은 돈 620만원을 투자해 아직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지만, 앞으로는 주민·단체 등에까지 개방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큰 모양이다. 주위에선 이 두 '사장'이 서로 부족한 걸 채워주는 '찰떡 궁합'이라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행복하기 위한 기본 조건들 중 '직업 갖기'가 가장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직업을 통해 안정을 이루고, 사회적 역할을 하며, 자기 실현 가능성을 발견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게 마련이다. 장애인들에게는 이 문제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번 '행복매점' 미담은 우리를 새삼 부끄럽게 만들었다. 따뜻한 사회로 가는 '장애 요인' 제거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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