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사회적 행동을 소재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들이 많다.
한때는 두려울 것 없었으나, 청춘의 대부분을 '빵'(교도소)에서 허비하고, 이젠 지천명에 접어든 건달 3인방, 개떡과 벽돌, 삼복이. 아직 건재해 있다고 자존심을 내세워보지만, 신세대들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는 '4050' 세대.
영화 '까불지마'에서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신세대 조폭들과는 사뭇 다르다.
칼을 휘두르는 신세대의 무자비한 공격성과는 달리, 개떡이는 칼 대신 고무 새총을, 삼복이는 돌팔매질을 무기로 삼는 골목대장처럼 친근하다.
흔한 외래어 하나 모르는 까막눈인 이들이 도시 한복판을 활보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촌뜨기다.
꾀도 지혜도 없이 속임수에 잘 넘어가고 뒤통수를 얻어맞곤 한다.
이들의 좌충우돌을 보면서 낡고 늙어버려서 첨단 테크놀로지에 대한 적응장애를 겪는, 이젠 물러나라고 성토당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물러설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바로 딸을 향한 절절한 부성이 그것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폭력배 동방파의 권력 승계를 둘러싸고, 개떡과 벽돌은 후배인 동팔이의 계략에 휘말려 누명을 쓰고 15년형을 언도받는다.
삼복이는 꾀를 내어 위기를 모면하고, 동팔이는 실권을 장악한다.
복역을 마치고 나온 이들은 복수를 꿈꾸지만, 동팔이 또한 야수의 음모로 경찰에 연행된다.
수감된 동팔은 과거를 뉘우치며, 위험에 처한 자기의 딸 은지를 야수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3인방에게 간청한다.
동팔의 부탁을 받아들인 3인방은 최고 인기가수인 은지의 보디가드 노릇을 한다.
돈에 혈안이 된 야수는 동팔의 숨겨진 재산을 빼앗기 위해 은지를 위협해오지만, 3인방은 목숨을 걸고 딸을 지켜낸다는 이야기다.
공격과 도피, 위협과 복종, 회유와 텃세 등 온갖 동물적인 행동들이 난무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이나 목이 멘 것은 왜일까. 덜떨어지고 늙어버린 건달들에게서 아버지를 느꼈기 때문일까.
유치원 때만 해도 우리 아빠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되면, 아빠는 구식이니까 신경 쓰지 말자는 식으로 바뀌고, 20대는 아버지를 구제불능의 구세대로 치부한다.
그러나 초기 성인기에 이르면 가족을 떠나 독립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힘겹게 부딪치면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아버지 의견을 물어보는 게 좋겠다, 아버지는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지금 내 곁에 계셔서 모든 걸 말씀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로부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후회한다.
폭력배로 살아온 아버지를 원망하며 울부짖는 은지에게 벽돌이 말한다.
'아버지 미워하지 마라.' 배운 게 주먹질밖에 없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떠나버린 딸이 그에게도 있었다.
딸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의 인생이 멍들어 있었다.
40, 50대는 자녀가 없는 사람조차도 만인의 자녀인 후세대를 위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벽돌과 개떡이의 목숨을 건 보디가드 역할은 아마 이런 맥락이 아니었나 싶다.
세대 갈등. 각자 자기가 처한 인생의 주기에 성실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해법이 아닐까. 코너에 내몰린 중년의 외침이다.
'까불지마'.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