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언론매체들이 최근 일본에서 일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에 주목하면서 한.일 간의 과거 역사와 오늘날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BC 뉴스 인터넷판은 13일 지난 1999년 일본에서 거둔 성공을 '빅 인 저팬'이라는 곡에서 자랑스럽게 떠벌렸던 미국의 컬트 록 가수 톰 워츠도 요즘 한국 연예인들이 일본에서 누리고 있는 열광적인 인기를 보면 울고 갈 지경이라고 소개하고 이같은 현상은 양국간의 과거사를 생각해 보면 더욱 더 놀라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와 미국의 USA 투데이, 파이낸셜 타임스도 14일 일본과 아시아에서 일고 있는 한류 열풍을 집중 보도했다.
BBC는 한국 정부가 일본 음반과 영화에 시장을 개방한 것이 겨우 1998년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일본 사회에서 차별의 대상이던 한국인들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원인을 분석했다.
BBC는 2002년 월드컵 축구를 계기로 한국에 쏟아진 일본 매스컴의 집중적인 보도 열기와 일본 음반업계 최고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수 보아, 형제애와 전쟁을 다룬 한국 영화가 지난 여름 일본 극장가를 강타한 사실 등을 열거하고 이같은 한국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TV 드라마 '겨울 연가'와 그 주인공인 '욘사마' 배용준이라고 지적했다.
BBC는 일본 기업들과 흥행업체들이 이같은 새로운 문화적 변화를 재빨리 포착하고 있다면서 최근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이자 감독, 코미디언으로 여겨지는 '비트' 타케시가 최근작 영화 '피와 뼈'에서 한국인 이민자 배역을 맡는 등 한류 열풍은 텔레비전과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국 여행과 한국어 배우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한국 배우의 인기가 교과서 왜곡 같은 중요한 문제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이로 인해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개선돼 양국간 경쟁심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는 도쿄대 정대균교수의 말을 소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의 드라마가 아시아인의 마음을 사로잡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양인에게는 우유부단한 인물로 비칠 '욘사마' 배용준이 아시아에서는 수백만 중년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배용준의 인기는 사랑에 대한 동서양의 관점 차이에서 나온 것이라고 소개하고 대부분의 인기 드라마는 성적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역경을 딛고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얻는다는 공통된 내용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배용준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5천여명의 여성 팬이 몰려나와 '욘사마'를 연호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이같은 한류는 한국 문화의 외국 진출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인들의 한국 방문 효과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류 열풍으로 올해 한국 방문 관광객은 지난해의 2배인 400만명에 달할 것이며 한류의 경제적 효과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광공사의 추정치를 공개했다.
미국의 전국지 USA 투데이도 지난 10일 일본의 '욘사마' 열풍을 크게 소개하면서 여기에서 비롯된 각종 한류 현상은 아픈 기억이 더 많은 한일 양국 관계의 급반전 신호라고 풀이했다.
이 신문은 욘사마 열풍에서 아시아 지역의 오랜 적대감의 완화,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대안 모색, 10년 전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찾았던 일본인 특유의 집단적 열기 등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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