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수는 많다…끝까지 최선을"

정시모집 전략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의 혼란이 심각하다.

정시모집 원서 접수 기간은 다가오는데 무엇 하나 분명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으로 볼 때 자신은 과연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평소 희망하던 대학·학과에 지원할 점수가 되는지, 어떻게 전형 요소를 반영하는 대학이 자신에게 유리할지, 모든 것이 안개 속이다.

그러나 이제는 수능시험을 치른 후 가채점 결과로 지원 가능한 대학의 범위를 알아보던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모집군별로 지원할 대학·학과를 결정해 원서를 쓰고 전형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수능 점수가 기대보다 떨어졌다고 실망만 해서는 안 된다.

특정 영역의 점수가 나쁘다고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비슷한 수준의 대학이라도 어떤 전형방법을 쓰는 대학에 지원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엄청나다.

지원 전략만 잘 세우면 수능 몇 점 차이는 뒤집을 수도 있다.

전략 수립의 기본부터 점검해 보자.

◇나부터 파악하라

전략 수립의 출발점은 내가 갖고 있는 여러 전형 요소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다.

수능 점수, 내신 성적, 논술·면접 실력이 핵심이다.

수능 점수는 여러 가지 기준으로 다양하게 판단해봐야 한다.

언어 수리 외국어 가운데 상대적으로 성적이 나쁜 영역은 없는지,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어떻게 나타났는지, 탐구영역은 몇 과목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은지, 수리 영역은 가중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 등이다

한편으로는 전체 수능 결과와 견주어볼 필요도 있다.

난이도와 수험생들의 평균 성적에 비춰볼 때 내 점수는 영역에 따라 유·불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난이도와 응시생 숫자가 제각각인 탐구영역에서 내가 선택한 영역은 어떤 결과를 보이고 어떻게 조합할 때 가장 유리한지, 자연계열이라면 수리 '나'형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교차지원할 여지는 있는지 등이 관건이다.

내신 성적도 실질 반영률이 낮다고 하지만 표준점수제가 도입된 상황에서는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표준점수는 이론상 0~100점 또는 0~200점 범위에 맞추지만 실제 점수는 그보다 폭이 더 좁아져 동점자가 양산된다.

1, 2점 간격으로 수만 명이 놓이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내신 성적은 생각보다 크게 작용한다.

평어와 백분위 가운데 어느 쪽을 적용받는 것이 유리한지, 수능 점수에 비해 내신이 좋은지 나쁜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수능이나 내신 성적의 차이가 더욱 줄었기 때문에 논술·면접고사의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논술·면접 실력과 준비가 충분한지 따져보는 것은 필수다.

◇대학을 연구하라

대학들의 정시모집 전형 방법은 갈수록 복잡·다양해지는 추세다.

2005학년도의 경우 수백 종류로 나눠져 전형 방법이 같은 대학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수험생들로서는 자신의 수능 점수와 내신 성적에 맞는 범위의 대학을 찾아내고 전형 방법을 집중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대학별로 수능 성적은 영역별로 표준점수와 백분위 가운데 어느 쪽을 반영하는지, 반영 영역은 몇 개인지, 탐구 영역 반영 과목 수는 몇 개인지, 영역별 반영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가산점이나 지정 과목이 있는지 등을 우선 파악한다.

자신이 지원할 범위 안에 있는 대학들의 전형 방법을 이런 식으로 각각 따져본 뒤 자신의 조건에 맞춰 비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여러 변수가 작용하므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대학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얼마나 충실히 해내느냐에 따라 수능 점수 몇 점, 내신 성적 한두 등급 차이를 극복할 수도 있다.

◇소신-안전 구분은 없다

자신의 조건과 지원할 대학의 전형 방법을 비교한 뒤에는 모집군을 살펴야 한다.

비슷한 점수대의 대학이 모집군별로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같은 학과라도 분할모집을 하지는 않는지, 분할모집할 경우 전형 방법과 모집 인원은 어떻게 다른지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예년에는 입시전문가들이 3개 모집군에서 소신과 안전 지원을 병행하라고 한 목소리로 조언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원할 학생들의 수능 점수 총점과 전형 요소 총점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턱없이 점수가 높거나 낮은 학과가 아닌 한 당락을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입시학원들이 제공하는 배치 기준표도 총점 누적분포 없이 만들어져 워낙 제각각인데다 수험생들의 복잡한 지원 양태를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온전히 믿을 수 없다.

결국 수험생 스스로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

모집군별로 자신의 조건과 대학별 전형 방법, 적성과 희망 등의 기준에 맞춰 지원할 대학을 결정했다면 흔들림 없이 전형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험생들의 지원 경향이 어떠니, 특정 전형 요소가 중요하다느니, 어느 학과의 경쟁률이 높아질 거라느니 하는 수험가의 풍문에 휘말려 막판에 지원 대학을 바꾸는 것은 손해를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논술·면접을 치르는 대학에 지원할 수험생이라면 막판까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 상위권 대학이므로 여타 전형 요소의 변별력이 떨어져 논술·면접에서 당락이 뒤바뀔 여지가 크다.

재수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벌써부터 재수 준비반을 개강하거나 개강 홍보를 하는 학원이 많은데 지금 시점에서 정시 전형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대학입시는 단순히 수능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재수를 하더라도 수능 이후의 과정을 온전히 겪어보는 것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재수의 성공률이 20% 안팎이라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현재의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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