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무왕(武王·재위 600∼641년)이 새 도읍으로 건설한 곳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에서 백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왕궁성(王宮城) 내부 구조가 확인됐다.
또 '왕궁사(王宮寺)'라는 글자를 새긴 기와와 각종 토기류, 금귀공품, 중국 청자편 등의 유물 1천여 점이 수습됐으며, 백제시대 화장실이었음이 확실한 유적 3곳이 확인됐다.
지난 89년 이후 이 일대를 발굴 중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는 "남북 490m, 동서 240여m에 이르는 장방형 성벽으로 구획된 왕궁리 유적 중 5층 석탑주변지역에 대한 올해 정밀 조사에서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라고 15일 밝혔다.
조사 결과 왕궁성 내부 남쪽 지역은 계획적으로 대지 비율을 2:1:2:1의 일정한 비율로 석축(石築·동서방향)을 쌓아 나누는 방식으로 대지를 계단식으로 다듬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각 석축 사이에 마련된 대지에는 크고 작은 각종 건물이 배치됐다.
건물지 중 대형급은 길이 16.4m, 너비 12.5m에 달하고 있으며 바닥은 판축(版築)해 다지고 있었다
또 기와를 여러 겹으로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기단(基壇)을 조성한 건물터도 확인됐다.
이밖에도 기묘한 형상을 이룬 정원석(庭園石)과 석축으로 오르내리는 승강 시설 등 일반 건축물에서는 보기 드문 각종 부속 시설이 발견됐다.
궁성 정면에 해당되는 남쪽 성벽에는 중문지(中門址)로 추정되는 건물 흔적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를 통해 왕궁성은 그 구조나 공간 구획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고 김용민 소장은 말했다.
한편 왕궁성 안쪽 서북 지역에서는 동서로 길게 설치된 돌을 이용한 배수로 시설이 양호한 상태로 확인됐다.
또 백제시대 화장실이었음이 확실한 대형 구덩이 유적이 3곳에서 조사됐다.
이들 화장실의 크기는 길이 10m, 너비 1.8m, 깊이 3.4m 안팎이었으며 내부에는 지름 10cm 전후의 나무 기둥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해놓았다.
이 중 구덩이에서는 다량의 회충·편충·간흡충 등의 각종 기생충란이 토양에서 검출됨으로써 이곳이 화장실로 쓰였을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또 용변을 해결하고 난 뒤 뒤처리 때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길이 20cm 안팎의 나무막대기 50여 점 출토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기생충란은 광주 신창동 유적과 대구, 칠곡 등지에서 검출된 바 있으나 왕궁리 유적은 그 양이 엄청난 데다 구조물까지 남아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연합)사진: 올해 조사 결과 그 내부 구획과 구조가 확실히 드러난 익산 왕궁리유적(왼쪽 위). 과백제시대 화장실 유적(아래)이 드러났고'王宮寺(왕궁사)'라는 글자를 새긴 기와(오른쪽 위)도 출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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