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면 곳곳에서 망년회가 벌어진다. 예년 같은 흥청망청 망년회가 아니라 '아나바다' 식의 절약형 망년회가 많다고 한다. 얼어붙은 경제 탓이다. 당연히 시중의 화제는 "내년이 더 어렵다며?"하는 좌절의 푸념이다. 얼어붙은 것도 문제지만 그 얼음이 언제 풀릴지를 모른다는 게 사람들을 더 불안케 하는 것이다. 망년회 대화엔 꼭 정치판과 노 대통령에 대한 품평이 안주거리로 올라온다. 귀가 간지러운 소리들이다.
이 얼어붙은 경제의 다른 쪽 수레바퀴-'한국형 정치'는 언제 풀릴 것인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어젯밤 "여당이 국보법 등 4대 법안의 합의 처리를 보장하면 임시국회에 등원하겠다"고 했다. '조건부 등원' 제안이다. 조건 달 처지가 도무지 아니긴 하나, 시중의 소리가 귀간지럽거든 열린우리당은 이 제안 접수하기 바란다.
여당이 이 제안을 껴안아야 하는 이유는 많다. 첫째 국회 공전(空轉)의 궁극적 책임은 여당의 몫이다. 둘째 4대 법안은 누가 뭐래도 '이것 아니면 죽을'시급한 법안이 아니다. 병으로 치면 의원(醫院) 외래로 갈 병이지 종합병원 응급실로 직행해야 할 병이 아니다. 셋째, 적어도 국가보안법만큼은 여야 합의를 원하는 75%의 국민 여론에 바탕하지 못했다.
또 있다. 대안 없이 반대해 온 한나라당이 사실상 국보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여야 논의의 장(場)에 앉을 준비는 된 것이다. 다섯째, 김원기 국회의장도 "합의 없이 처리 없다"고 못박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해 예산과 민생 법안들의 '합리적이고도 원만한'처리가 급한 쪽은 정부와 여당이다. 결국 한쪽은 버티는 데 한계가 있고, 한쪽은 밀어붙이는 데 한계가 있다. 박 대표의 제안은 바로 그 약점을 인정한 제안이다. 이젠 열린우리당이 약점을 인정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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