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가 오르는데 오래된 아파트라고 값이 떨어지기만 하겠습니까?" 대구 수성구 범물동의 한 아파트 소유자 얘기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정부의 10·29 부동산 안정대책 이후 아파트 거래 경색현상이 가시화하면서 1년여째 대구시내 오래된 아파트 가격은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2002년부터 매년 1만여 가구 이상 새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는 것도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노후아파트 거래경색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은 거대 아파트단지로 형성돼 있는 대구 수성구 지산·범물동이다.
이곳 아파트들은 대부분 '주택 100만 호 건설'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준공 15,16년을 맞으면서 내부 구조나 마감자재 등에서 뒤지는 면이 있어 수요자들이 선뜻 찾지 않는다는 게 부동산업계 분석이다.
여기에다 내년 하반기 황금동 황금주공 재건축아파트 4천여 가구와 오는 2007년 두산동 대우트럼프월드 1천여 가구 등이 차례로 입주할 경우 두산오거리 일대 교통체증으로 진·출입에 시간이 걸리는 등 주거여건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수요자들 맘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옛 1군업체들이 건설한 지산동 33평형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10·29조치 이전 1억9천만 원선이었으나 현재 거래는 1억5천만 원선에 형성되고 있고, 2군업체들이 건설한 아파트는 1억3천~1억3천500만 원선까지 떨어졌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아파트 시세에 따르면 지난 1989년 입주한 지산동 ㄴ맨션 33평형 가격이 작년 10월 10일 1억7천만 원에서 현재 1억2천500만 원으로 곤두박질했고, 49평형도 2억3천만 원에서 1억9천만 원으로 떨어졌다.
범물동의 15,16년된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대폭 하락한 가운데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격하락 폭이 커지면서 거래마저 안되는 주택은 대형평형일수록 심하다.
50~60평, 큰 집에 살수록 낡은 아파트에 찾아들진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지산동 63평형 아파트를 3억5천만 원에 팔아달라고 부동산업소에 내놓은 김모(44)씨는 "한달 동안 문의 전화조차 한 통 없다는 중개사 얘기를 듣고 3천만 원 빼고라도 팔아달라고 부탁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산동 한 부동산업소는 "요즘엔 팔아달라는 사람들 호가로는 사는 사람 자체가 없다"면서 "매도자에게는 가격을 정하지 말고 급매물 처리하자고 제안하고 있을 정도"라며 현재의 시장상황을 설명했다.
청룡부동산 정용 공인중개사는 "내년에 거래세 인하조치가 시행되고 부동산시장이 회복기류를 타면 지산·범물지구가 수성구지역 아파트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만큼 적정 재산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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