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밖에서 배운다-안심습지 철새 체험

바람이 불면 강변의 갈대밭에서 비파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금호강. 금호강을 따라 많은 습지 생물들이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안심습지와 동화천, 달성습지는 중요한 생물 서식지로 그 가치가 높은 곳이다.

지역의 습지 생태계와 철새 관찰을 위해 대구강북체험환경단과 함께 대구습지보전연대의 이상원 집행위원장을 찾았다.

◇안심습지는 어디일까

반야월에서 하양 가는 국도로 가다보면 지하철 1호선 안심 기지창으로 들어가는 길을 1km 남짓 따라가면 안심습지가 나타난다. 안심습지는 대구시 동구 금강동 금호강 옆의 작은 늪을 일컫는다. 이곳은 금호강에 직선 제방을 쌓아서 금호강 일부가 분리되어 형성된 곳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안심습지는 작은 늪을 포함해서 금호강 일대를 모두 포함한다.

◇습지는 무엇을 하나

안심습지로 가기 전에 대구습지보전연대에서 관리하는 컨테이너 건물의 학습관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습지와 생태계에 대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대구시에서 마련해준 공간이다. 또 경동정보대학에서 무료로 제공하는'금호강 생태하천탐사 길라잡이'란 책이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습지는 가장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물을 담고 있는 땅이란 뜻입니다. 습지는 물이 흐르다 고이는 오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생명체를 키우고 완벽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갖춘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습지가 무엇이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한 이상원 위원장의 대답이었다. 또 습지는 많은 생명체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습지의 생명체들은 생태계를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습지 입구에 들어서자 한 무더기의 돌들을 만났다. "건설업자들이 몰래 폐기한 것인데, 환경오염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안 치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곳곳에 폐비닐, 과자 봉지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안심습지엔 무엇이 있나

습지 주변엔 수생식물들이 곳곳에 보였다. 부엽식물인 생이가래와 물가에 피는 추수식물인 갈대와 부들, 줄이 눈에 띄었다. "소시지 모양의 부들은 물속에 공기를 불어 넣어 수질을 정화시키고 있고 특히 줄은 수질의 70%를 정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또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갈대는 물가에서 자라고 억새는 들이나 산에서 많이 자라는데 억새는 줄기 끝에 잎 하나가 나 있지만 갈대는 줄기 끝으로 올라가면서 여러 가지로 잎이 뻗어있다는 것이었다.

필드스코프로 살펴본 겨울 철새로는 알락오리, 흰뺨검둥오리, 쇠물닭, 홍머리오리, 쇠백로, 청둥오리, 댕기흰죽지오리 등이 있었다. 이곳에서 12월과 2월 사이에 약 200여 개체가 겨울을 난다. 철새를 관찰할 때는 10배 가량의 망원경을 준비해서 몸의 색깔, 크기, 부리와 머리의 특징을 살피고 도감을 이용해 새를 찾아야 한다. 철새 관찰 복장으로는 화려한 색감의 옷은 피하고 풀이나 흙 색깔 계통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철새들은 야행성으로 낮엔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찾아와서 시끄럽게 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새들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으로 일부 사진작가들이 철새들의 멋진 비행을 촬영하기 위해 돌멩이를 던지거나 폭죽을 쏘아서 강제로 새를 날리는 것이라고 했다. 저녁때가 되면 날지 말라고 해도 나는 게 새들의 습성이므로 이를 알고 촬영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철새 관찰을 하고 제방을 내려오다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오목눈이를 만났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 알죠? 그 뱁새가 저 오목눈이에요." 눈이 오목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오목눈이. 그동안 이름을 몰랐던 새도 이름을 알게 되자 금방 친근감이 생겼다. 생태체험은 그동안 몰랐던 생물들의 이름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김경호(아이눈 체험교육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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