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즘 여의도 대화 단절…"막후 정치도 없어"

여의도에는 요즘 대화가 실종됐다. 17대 국회 들어 더욱 심각해졌다. 여야 간의 막후 대화는 끊긴 지 오래고, 어렵사리 끌어낸 합의안도 지켜지지 않는다.

국회 관계자는 "이보다 더 살벌했던 과거에도 막후정치는 살아있었다"면서 "여야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쟁취'를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조건부 등원을 제안했던 한나라당 지도부는 요즘 고민이 많다. 열린우리당의 이부영(李富榮) 당의장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의 분위기를 보면 분명히 자신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것 같은데 상황은 영 딴판이다. 열린우리당이 갈수록 강경 분위기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에서 찾는다. 여당 지도부가 내부 강경파 눈치를 보면서 끌려가고만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는 여당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여야 할 것 없이 양당 간의 합의가 당으로 돌아가면 지켜지지 않는다. 지난달 여당의 제의로 시작됐던 여야 원탁회의 파행의 원인도 마찬가지다. 당시 양당지도부는 원탁회의 테이블에서 갖가지 합의안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 내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특위 등 5개 특위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각 당 지도부가 당으로 돌아가면서 생겨났다. 여야가 나눠갖기로 한 특위위원장 배분문제를 놓고 각 당 의총에서 딴소리가 나오는 바람에 합의안은 저절로 없던 걸로 됐다.

이 같은 대화부재는 '상생의 정치'가 말뿐이고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태생'부터가 다른 정당이라는 생각이 양당 내부에 가득하다. 실제로 여당의 의원보좌진들도 야당의 보좌진과는 한자리를 하는 일이 없을 정도다.

대화 부재의 원인을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이원화된 지도부 편제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았지만 당의장이나 대표선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표 간에 막후 대화가 순조로운 것도 아니다. 야당 대표는 여당의 의장 정도는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

지금 국회 파행의 직접적 원인은 국보법 등 4대입법과 이철우 파문 등의 해프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야의 극단적 불신과 대화단절에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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