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범어동 풍경-(19)검찰의 술문화

검찰에서 술 얘기를 빼놓으면 뭔가 허전합니다.

'폭탄주'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술문화를 보급·전파시킨 곳이니까요.

예전 검사, 직원들이 '좌익척결 우익보강'을 외치며 씩씩하게 폭탄주를 돌리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요. 그러나 요즘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듭니다.

진형구 대검공안부장(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이후 검찰의 술문화는 혁명적인 변혁기(?)를 맞게 됩니다.

이후 검찰은 낮술을 금지했고, 폭탄주를 자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후 검사들의 술자리도 크게 줄었고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간부들도 하나둘씩 등장합니다.

요즘같은 웰빙시대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겠지요.

몇년 전 검사와 기자들이 둘러앉아 폭탄주를 마실때 얘기입니다.

마르고 작은 체격의 검사라도 술자리에서 나가 떨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끝까지 버티고 앉아 폭탄주를 막 넘깁니다

눈빛이 풀리고 손이 후들거리더라도 한방울의 술도 남기지 않지요.

덩치 큰 기자가 먼저 항복할 수도 없고 나중에는 거의 미칠(?) 지경이 됩니다.

일종의 기세 싸움인 셈이지요. 이때 술 센 간부 검사는 '껄껄' 웃으며 여유있게 이 장면을 즐기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지요.

기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검사, 형사들은 아무래도 술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다지 고상하지 않은 이들을 상대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고 정서적인 면에서도 다소 들뜨게 됩니다.

이때문에 변태적인(?) 폭탄주 문화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예전 대구지검 검사중에도 신화적인 주당 3명이 있었지요. 한명은 매일 마신다고 해 '연짱', 또다른 한명은 한꺼번에 많이 마신다고 해 '총량'이라고 불렸고, 또다른 검사는 둘의 장점(?)을 두루 갖고 있다고 해 '양수겸장'이라 불렸지요. 둘은 현직에 있어 언급할 수 없지만, '양수겸장'의 주인공은 요즘 잘나가는 모 변호사이지요.

"옛날에는 검찰 간부들이 술자리를 지휘의 한 방편으로 활용했지요. 술자리만큼 인간적인 정과 단결력을 과시하기에 좋은 것이 없습니다.

" 그때만 해도 술 못하는 검사라도 폭탄주 한잔 마시고 화장실에 왔다갔다 하면서 자리를 끝까지 지켰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놀랄만한 정신력을 발휘하는 것이지요.

요즘도 대구지검 주변 식당에서는 밤늦게 일을 끝낸 부장과 검사들이 돼지고기를 구어놓고 소주폭탄주를 하는 모습이 가끔씩 보입니다.

서둘러 몇잔씩 돌리고 빨리 일어서는 모습이 대부분이지요. 술문화도 시대의 산물이 아니겠습니까. 연말연시에 술조심하시길….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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