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쿼터제 폐지, 위기인가 기회인가?

지난 14일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등이 주최, 대구 중리동 섬유개발연구원에서 열린 '섬유 신시장 진출 세미나' 현장은 만원이었다.

섬유 쿼터제 완전 폐지와 관련, 쿼터제 폐지 이후 지역 섬유업계가 진출할 만한 새로운 시장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 한 참석자는 "쿼터제 폐지로 내년 미국 수출 전망이 어두워 답답한 마음에 나왔다"라며 "러시아로 진출하고 싶은데 시장 정보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위기? 기회!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섬유쿼터제 폐지를 둘러싸고 대구지역 섬유업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가격경쟁력에 밀려 도산 업체가 잇따를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과, 중국과 맞붙는 범용섬유를 제외한 기능성섬유에겐 오히려 기회라는 시각이 맞붙고 있다.

현재까지는 '부정적 시각'이 다수다.

쿼터제 폐지가 임박해오면서 대구지역 섬유수출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수출액은 9천731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6.5% 감소했다.

주력품목인 화섬직물은 5천229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3.3%나 줄었다.

KOTRA 통상전략팀 양은영 과장은 "쿼터제 폐지와 동시에 중저가제품 시장의 경우, 미국은 중국이 차지하고 유럽은 인도가 차지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자료에서 중국업체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의류의 경우 16%에서 50%로 급증하겠지만 대구의 주력상품인 직물은 11%에서 18%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봤다.

더욱이 중국 의류 수출이 늘면 대구산 직물 수출도 덩달아 늘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박원호 기획팀장은 "섬유쿼터제가 없어지더라도 미국, EU가 당분간은 세이프가드 등 무역제재를 가해 중국 섬유수출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포스트 쿼터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내년 섬유수출액이 139억7천만 달러를 기록, 올 수출액(153억 달러)보다 약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섬유 수출품목 중 88%가 비쿼터 적용대상이기 때문에 쿼터분 12% 정도의 수출감소는 피하기 힘들 전망이라는 것. 또 중국, 인도 등 후발주자와 경쟁해야 하는 범용성 섬유는 당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능성, 산업용 섬유분야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8월 KOTRA가 유럽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급 이상 제품은 수입선 전환을 하지 않겠다'라고 대답한 바이어가 90%에 이르렀다.

또 응답자의 22%가 폴리에스테르직물을, 14%가 산업용 섬유를 한국에서 경쟁력 있는 품목으로 꼽았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조상호 원장은 "물량위주의 수출보다는 고급바이어를 대상으로 소량 위주의 기능성 의류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섬유쿼터제=1974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자국 섬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국 물량을 할당한다는 다자간 섬유협정(Multi-Fiber Arrangements : MFA)에 따라 시행된 제도. 세계무역자유화 흐름에 따라 1995년 WTO 섬유협정(ATC) 체결 이후 단계적으로 축소돼 내년부터 완전 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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