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역사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요즈음 2005년을 맞이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세계화로 인한 높은 실업률에 못지않게 끝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황의 늪 그리고 언론이 전해주는 가난한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는 신년을 맞이하는 우리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거기에 그간 지속된 국회에서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4대 입법을 둘러싼 국민의 분열은 우리 사회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우리의 정체성을 묻는 이런 질문을 우리는 진지하게 던져보아야 한다.

이런 정체성 문제와 관련하여 역사교육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있다.

2005년에 우리는 새로이 역사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미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하여 제기된 고구려사 문제 외에도 내년에는 일본이 새 교과서를 채택하면서 한일간에 교과서 문제도 다시 시끄러워질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은 역사학자로 구성되는 위원회를 구성하여 문제가 된 조항의 수정을 요구하였지만, 이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이런 방식은 그 자체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이 가져다준 성과는 우리가 스스로의 교과서와 역사교육을 성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되돌아보니 일본교과서에 못지않게 우리 역사교육의 문제가 심각하더라는 것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의 하나로 한국인들이 연변 조선족 사회를 들쑤셔 놓은 것 외에도 중국 백두산 등지를 방문한 한국 관광객의 태도를 들 수 있다.

우리 관광객의 수준이란 백두산에 가서 태극기 꽂아 놓고 만세를 부르거나, '만주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정도이다.

이는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국수주의적 역사의식은 우리 역사교육의 질적 저하가 초래한 결과이다.

국사교육은 군부정권 아래에서 국책과목으로 대접을 받기도 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역사교육은 6, 7차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현저하게 약화되었다.

필수과목으로 우대를 받으면서, 교과서나 교육 자체가 특권화된 지위를 누리는 것이 사실상 국수주의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지난 10년 사이에 역사교육은 이유 없이 약화되기 시작하였고, 이 과정에서 세계사 교육은 더욱 큰 상처를 입었다.

이제 중등과정에서 역사과목은 그 시간수가 축소되었을 뿐 아니라 사회과에 통합되었다.

중학교에서 세계사는 사회 교과에 편입되어 상당 부분 타 전공 교사들에 의해 가르쳐지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국사과목은 1학년에서는 필수이나, 세계사는 단지 선택일 뿐이다.

실제로 전체 고교생의 4분의 1 정도가 세계사를 선택하여 배울 뿐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일본사'를 선택, '세계사'를 필수로 바꾸었다.

이는 국제화가 필요로 하는 미래 세대를 육성하기 위해서 세계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발상에서 기인하였다.

일본사는 굳이 필수로 하지 않더라도 많은 학생들이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선택과목으로 바꾸었고, 교과서는 국정이 아닌 검인정이다.

여전히 국사교과서가 국정인 우리 현실과 비교하자면 일본 역사교육은 우리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자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본에 의한 한국사 왜곡에 못지않게 우리 역사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이미 우리는 역사교육의 측면에서 일본과의 경쟁에 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해서는 우선 역사교과가 사회과로부터 독립하여, 역사교육 본연의 위상을 되찾으면서, 제대로 역사를 전공한 교사가 가르쳐야 한다.

그 외에도 난해하면서도 사실 나열위주의 교과서를 개선하고, 시청각 자료를 포함한 다양한 역사교육자료가 개발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역사교육의 인프라가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도 역사교육이 강화되고, 시민을 위한 역사강좌나 향토사 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거창산작업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시민들에게도 현대사에서 은폐된 진실이 해명되고, 현대사를 둘러싼 쟁점들이 더 개방적으로 토론될 수 있어야 한다.

흔히 우리는 '역사가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이는 현재 겪고 있는 이념갈등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한국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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