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저 잔뜩 찌푸린 24일 오전 11시. 문경시 산북면 석봉리 속칭 '석달동'에서는 55년 전 억울하게 희생돼 구천을 떠도는 혼령들을 위로하는 추모 제례가 열렸다.
이 날 '석달동 양민집단학살 참살자 86위 제55주기 합동위령제 및 추모행사'에는 유가족과 시민, 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영령들을 위로했다. 석달동 양민집단학살은 1949년 12월24일 빨치산 공비 토벌을 하러 온 군인들이 이 마을 주민 86명을 논바닥에 모아놓고 학살하고 마을을 불태운 사건이다.
추모제를 주관한 전국유족회 학살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채의진(68) 상임대표는 당시(13세) 학살 현장에서 형의 시체 밑에 깔려 살아남았지만 할머니, 어머니, 숙모, 누나 등 가족 9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채 대표는 "석달동 양민학살 사건은 공비토벌 과정에서 자행된 거창사건과 한국전쟁 때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노근리 사건, 한국전쟁 발발 전의 제주 4.3사건 등 이미 특별법이 제정된 3개의 사건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석달동 사건은 15세 미만 어린이 32명 등 무고한 양민 86명이 학살됐고 이들은 모두 민간인이었는데도 지금까지 특별법 제정조차 되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채 대표는 목청을 높였다. 지난 2000년 4월과 11월 2차례에 걸쳐 국방부에서 영관급 장교 포함 조사단이 문경에서 조사를 벌여 진상이 이미 충분히 밝혀졌다는 것.
지난 8월 18일 자신과 경북도의원 53명 전원이 국회에 '문경 석달마을 양민집단학살사건 특별법 제정 청원서'를 제출했는데 유족들은 △위령탑 건립과 위령 공원 조성 △호적왜곡 정정 △배상 등 3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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