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들 생각-'가랑잎의 몸무게'를 읽고

가랑잎의 몸무게(신형건 作)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따스함'이라고 씌어진 눈금에 바늘이 머무를 것 같다./그 따스한 몸무게 아래엔/잠자는 풀벌레 풀벌레 풀벌레…/꿈꾸는 풀씨 풀씨 풀씨…/제 몸을 갉아먹던 벌레까지도/포근히 감싸주는/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이번엔/'너그러움'이라고 씌어진 눈금에/바늘이 머무를 것 같다.

신형건 작가는 군데군데 벌레가 먹고 먼지 같은 풀씨가 붙은 가랑잎을 보고 '가랑잎의 몸무게'라는 동시를 썼습니다. 자기 몸을 희생해 풀벌레와 풀씨를 품어준 가랑잎의 사랑을 '몸무게'로 가늠해 본 동시입니다. 이 시를 읽고 느낀 점을 원고지 4장 내외로 써봅시다.

1. 내가 생각한 가랑잎의 몸무게는 무엇입니까?

2. 가랑잎과 풀벌레, 풀씨 사이의 관계를 다른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3. 저울 위에 나를 올리면 어떤 눈금이 나타날까요? 내가 숨기고 싶은 것, 자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4. 저울 위에는 누구나 올라갈 수 있습니다. 내가 올라가면 바늘은 내 입장, 내 처지, 내 꿈을 가리킵니다. 만일 저울 위에 부모님, 친구, 형제를 올라서게 한다면 무엇이 보일까요?

△식물에게 피해를 주는 벌레를 왜 감싸주니? 나 같으면 내버려 두겠어. 그 벌레를 살려 두면 알을 낳아 몇 십 마리의 벌레가 생기고, 그 벌레가 알을 까서 몇 백 마리의 벌레가 생기잖아. 생명을 사랑하는 네 마음은 아는데 그 벌레가 무리를 이뤄 한 나무를 갉아먹어 나무를 죽이면 그건 생명을 보호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서종우

△자기 몸을 갉아먹던 벌레를 자게 놓아둔 가랑잎도 이상하지만 재워준다고 덥석 잠을 자 버리는 네(풀벌레)가 더 이상해. 너의 마음의 무게는 아마 '양심 부족'이라고 쓰인 눈금에 멈춰 설 것 같다. 가랑잎이 얼마나 아픈지도 모르고 가랑잎 배에 구멍을 냈으면서 미안하지도 않니? 임다원

△내가 만약 이 시를 지은 시인이라면 가랑잎의 무게를 '믿음'이라고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 풀벌레나 감싸주려면 일단 믿음이 있어야 되고, 만약 해로운 곤충 또는 벌레가 있더라도 믿고 감싸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지영

△가랑잎은 어머니 같다. 따스한 품에 우리들을 안아주듯, 따뜻한 자신의 품에 풀씨와 풀벌레를 감싸준다.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질러도 어머니가 너그럽게 용서하듯이, 자신을 갉아먹는 풀벌레를 너그러이 용서하는 가랑잎은 자연의 어머니다. 양재호

△이 시의 가랑잎과 벌레를 어떤 것에 비유하자면 가랑잎은 부모님, 벌레는 저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부모님 속만 썩이고 말도 안 듣는데 부모님은 저를 혼내기는 하시지만 사랑으로 저를 감싸주시기 때문입니다. 박다인

△난 이 시를 읽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누가 아플 때도, 힘들 때도''' 부끄러웠다. 그 작은 가랑잎도 더 작은 생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데 난 손조차 내어주지 않았다. 이 시를 읽자마자 속이 뜨끔했다. 내가 조금만 희생하면 많은 사람이 좋아질 수 있는데. 송예진

△나의 몸무게는 아마 '냉정'과 '욕심'인 것 같다. 왜냐면 배려심이 없고 욕망도 많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를 위해 주었나? 내가 손해보는데도 누구를 도와주었나? 나로선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이득과 기쁨만을 원하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이다. 이경우

△내가 몸무게를 잴 땐 몸무게가 많이 나올까봐 창피하여 체중계가 싫을 때도 있다. 내 몸무게를 보고 놀리는 사람은 정말 싫다. 나도 가랑잎처럼 내 마음의 몸무게를 재고 싶다. 내 마음의 몸무게를 잰다면 몸무게가 자랑스러울 것이다. 김동미

대구신암초교 4학년 3반 학생들은 짧은 동시를 읽고 느낀 점을 감상문으로 썼다. 김종희 교사는 "시를 읽은 뒤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떠오르는 단어들을 죄다 늘어놓은 뒤 다시 자신의 생각을 적도록 했다"며 "내용이 짧은 탓에 학생들의 생각이 다양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솔직한 글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단순히 '가랑잎'이 보여준 사랑에 감동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친 학생들의 글이 돋보였다. 서종우 학생은 더 많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랑잎의 행동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현실적인 주장을 펼쳤으며, 풀벌레에게 초점을 돌려 '양심부족'이라고 꾸짖은 임다원 학생의 글도 탁월했다. 또 '따스함'과 '너그러움'이라는 가랑잎의 무게 이전에 '믿음'이 앞서야 한다는 김지영 학생의 글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한 학생의 글도 많았다. 이경우 학생과 같이 자신의 몸무게를 돌아본 아이들의 글도 많았으며, 몸무게가 많이 나가 속상했지만 마음의 무게가 많이 나간다면 오히려 자랑스러울 것 같다는 김동미 학생의 표현도 재미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