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업계高 입시, 정원담합 부작용 심각

대구의 실업계 고교 입시가 중·고교 간의 담합, 정원 짜맞추기식 지원 조정을 하는 바람에 실업계 고교의 서열 고착화, 경쟁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빚고 있다.

또한 중3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특목고·특성화고 ▲실업계고 ▲일반계고 등 3차례에 걸쳐 모집과 전형이 이뤄지는 바람에 모집 시기에 따라 과열 경쟁과 미달 사태가 오락가락하고 있어 중·고교 관계자들은 고교 입시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 교육청이 29일 일반계고(인문계)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400여명이 미달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일반계고의 이 같은 미달 사태는 3, 4년마다 되풀이 발생하는 일로, 재수와 미달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중학교와 고교 간에 실업계고 지원 학생의 성적과 숫자를 담합하는 데 따른 부작용 때문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실업계고의 합격선이 예년에 비해 소폭 올라가면서 최하위권 학생들이 학력인정시설로 몰리는 통에 3차 전형인 일반계고에 지원할 학생 자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일반계고에 앞서 모집한 15개 실업계고의 경우 예년의 2, 3개 고교가 미달이었던 것과 달리 모두 정원을 채웠다. 이 가운데 경쟁률이 1.1대 1을 넘는 학교가 1개에 불과하고 3개 고교가 모집 인원과 지원자를 맞춰 평균 경쟁률은 1.05대1을 기록했다.

이는 대구 고교생의 약 25%를 차지하는 실업계고 지원 때 중학교 내신 성적 상위 약 75%에 못미치는 하위권 학생들을 공·상업 계열별 고교 서열에 따라 지원 성적과 숫자를 사전 조정하는 데 따른 결과다.

한 실업계고 교사는 "중학교마다 몇 명씩 보내주기로 약속하고 이에 맞춰 지원하니 정원에 딱 맞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성적 좋은 학생이 개인적으로 지원하려고 해도 약속한 숫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중학교와 실업계 고교의 이 같은 담합이 매년 반복하면서 실업계고간에 서열이 정해져 있고 고교 간 경쟁이 무의미해져 전체 실업계 고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여정동 경북공고 교감은 "대학입시나 취업 등에서 아무리 좋은 결과를 내도 지원 서열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며 "특목고와 특성화고, 실업계고, 일반계고 등으로 분리된 모집 시기를 조정하는 등 입시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내년부터 실업계고의 모집 시기를 일원화하고 온라인 지원을 통해 지원자들의 성적 파악이 어렵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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