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새벽 채소 배달을 하는 트럭에 함께 탄 아내에게 남편이 슬쩍 카드를 건넨다.

영문도 모른 채 카드를 펼쳐 보는 아내. '미안해. 고생만 시켜서.' 아내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또 다른 장면 하나. 네 식구가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다.

불쑥 아버지가 내뱉는 말. "여보, 사랑해." 아이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장면이 바뀌어 공원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 할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할머니가 하는 말. "고마워요!"

보건복지부와 (사)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이 펼치고 있는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운동(고·미·사 운동)'의 TV 공익광고 내용이다.

고미사 운동은 높은 이혼율과 낮은 출산율, 가족 내 갈등 등 가정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가족 사이에 열린 대화와 마음의 표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복지부는 내년 1월 건강가정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실제 가족이 참여해 만든 TV 공익광고와 김근태 복지부장관의 메시지가 담긴 라디오 공익광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고미사 송' 등을 통해 이 운동을 적극 펴나간다고 한다.

현재 바른손카드(www.barunson.com)와 포털사이트 카드 서비스 페이지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고미사 송' e―카드는 깜찍한 캐릭터와 경쾌한 노래로 벌써부터 인기다.

'겨울보다 더 추운 우리 가족 납량특집(시베리아∼)/ 썰렁∼ 썰렁∼ 조용∼ 조용∼ 이건 아냐! 이제는/ 말할 테야! 우리 가족 사랑을 키우는 고미사 아홉 자 사랑 고백/ ∼언제나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그때그때 고백해요∼.'

이 노래의 가사는 지금 우리 가정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대화가 없는 부부 사이. 말없이 쌓이고 쌓인 부부의 감정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혼국가라는 오명을 만들고 있다.

부모 자녀 사이는 또 어떤가.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고, 아이는 부모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부모는 맞벌이를 한다고, 아이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한다는 이유로 대화가 없어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하는 부모와 자녀들이 적잖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모, 자녀 등 가족 사이에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아홉 자 고백만 잘 해도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건강한 가정,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새해가 코앞이다.

올 한 해 가족에게 못다 한 말을 '고미사 송' e-카드에 담아 따뜻한 마음을 전하면 어떨까. 남편과 아내에게, 부모는 자녀에게, 자녀는 부모에게 서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기 쑥스러운 말도 편안하게 할 수 있을 듯싶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김영수 스포츠생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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