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무야 나무야-숲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숲은 원래 현재의 모습처럼 나무와 풀이 빽빽이 들어찬 곳은 아니었다. 숲의 처음 모습은 어땠을까?

처음 숲은 사막과 같이 식물이 자랄 수 없는 곳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벌판에 처음으로 한해살이풀이 들어와서 자라게 되고 이들은 자신의 세력을 점차 확장해 나간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해살이풀에는 개망초, 바랭이, 꽃다지, 망초 등이 있다.

다음 단계로 한해살이풀들이 자라는 공간 속으로 여러해살이풀들이 들어와서 살게 된다. 여러해살이풀들은 뿌리와 열매로 번식을 하기 때문에 한해살이풀들과 경쟁을 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 쑥, 억새, 토끼풀 등이 여러해살이풀에 해당한다.

여러해살이풀 다음에는 작은키나무가 자리 잡기 시작한다. 작은키나무는 여러해살이풀 위에서 가지를 펼치고 여러해살이풀들이 받을 수 있는 햇빛을 막기 때문에 여러해살이풀은 점차 밀려나게 된다. 이러한 종류에는 붉나무, 싸리나무, 찔레나무, 진달래, 철쭉 등이 있다.

작은키나무 다음에는 이들보다 더 키가 크고 빛을 많이 받아야 하는 큰키나무가 들어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인 나무가 바로 소나무이다. 비옥하지 않은 땅에 한해살이풀, 여러해살이풀과 작은키나무들이 커 가면서 땅을 기름지게 만들어 놓은 뒤 큰키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후손을 퍼뜨리기 위해 씨앗을 생산하는 것이다.

소나무는 다른 식물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솔잎에서 화학물질을 뿜어내고 바닥을 온통 솔잎으로 덮어놓기 때문에 소나무 숲 아래에는 다른 식물들이 자라기 어렵다. 그러나 소나무의 심술에도 바람과 청설모, 다람쥐 등의 도움으로 소나무 그늘 아래로 잎이 넓은 나무들이 싹을 틔울 수 있게 된다. 소나무들 사이사이에 새로운 참나무들이 자라나는 것이다. 참나무는 일단 나뭇잎을 크게 만들어 솔잎의 화학물질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 다음 빛을 많이 받기 위해 자꾸만 하늘로 키가 솟아오른다. 그러다 소나무와 키가 비슷하게 되면 비대생장(두께 생장)을 하면서 빛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막아 소나무의 광합성을 방해하고, 잎을 떨어뜨려 결국에는 참나무가 살기 좋은 토양으로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나무는 활력을 잃게 되어 점차 사라지게 된다.

대신 참나무의 밑에서는 다시 어렸을 때 빛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나무(음수)들이 자라게 된다. 서어나무, 까치박달나무 등 음수들은 가느다란 가지 상태로 자라다가 키가 참나무와 비슷해지면 옆으로 가지가 굵고 길어지고, 결국 다른 나무들에게 빛을 주지 않으면서 자기 세력을 넓혀 나간다. 빛을 받지 못하는 나무들은 죽어가고 숲의 마지막 발달과정에 이르게 되는데 이런 상태의 숲을 가장 안정된 숲(극상림: 極相)이라고 부른다. 이 단계에서 많은 숲속의 생물들은 안정을 찾은 상태로 살아가며 인간들에게 이로운 것들을 많이 제공한다. 대개 150~200년 동안 숲이 잘 보존되어야 이런 극상림 숲을 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숲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때 대부분 파괴되고 30년 미만의 어린 숲만 있는 실정이다. 자연적인 극상림이 만들어질 때까지 우리는 아직 100년 이상 숲을 잘 지켜나가야 한다.

대구생명의숲(www.tg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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