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서풍부(西風賦)'에서)
주옥 같은 시들을 남기고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꽃의 시인 김춘수. 그가 생전에 손수 가려 뽑은 대표작 53편으로 이루어진 자선(自選) 시화집 '꽃인 듯 눈물인 듯'(예담출판)이 출간됐다.
평소 자신의 작품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시화집 발간을 소망해 온 시인이 초기작부터 미발표 유작까지 60년 동안의 작품들 중에서 대표작들을 스스로 선별한 것이다.
그리고 생전의 시인과 교류하며 작품 세계 또한 잘 이해하고 있던 젊은 미술가 최용대씨가 이를 회화와 설치 미술 등으로 표현해 새로운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흑과 백, 또는 원색, 이미지와 문자 텍스트 등의 대비를 통해 시인과 미술가의 언어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는데, 시인이 평생 끊임없이 반문하고 찾고자 했던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문학평론가 김종길씨의 지적처럼 시인은 초기부터 색다른 그만의 '나직하고 해맑으면서도 은근히 독특한 데가 있는 한결 같은' 시적 음성을 또렷이 보여주었다.
이는 이번 시화집에 첫 번째로 실려 있는 '소년'(1954년)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화집에는 문학평론가 김종길, 미술평론가 고충환씨가 각각 시인과 화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글을 실었고, 시인의 오랜 지기인 전혁림 화백이 고인을 기리는 추모글을 덧붙였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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