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정감시단 "선거반칙 많이 줄었어요"

"선거 풍토가 바뀐 것은 사실입니다."

막판까지 초박빙의 승부가 계속된 10·26 대구 동을 국회의원 재선거.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동을 재선거 현장을 지켜본 대구 동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부정감시단' 사람들은 '반칙이 규칙을 눌렀던' 과거 선거행태는 상당 부분 사그라졌다고 평가했다.

회사에 두 달간 휴가를 내고 선거판 감시 자원봉사에 뛰어든 김성호(31·대구 동구 율하동) 씨. 그는 "예전에 비해 주민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변했음을 느꼈다"며 "특히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들 호응이 높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전업주부에서 감시단원으로 변신한 서희진(36·여·대구 동구 방촌동) 씨도 "요즘은 투표 참여 캠페인을 위해 배포하는 사각휴지 한 통조차 받길 꺼려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귀띔했다.

이들은 유세장 풍경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선거부정감시단 활동을 해 온 홍점순(35·여·대구 동구 지묘동) 씨는 "과거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합동유세를 하며 동원 청중으로 세몰이를 했으나 이제는 추억 속 장면이 됐다"고 했다. "시장이나 아파트 단지 입구를 다니며 짤막하게 게릴라식 유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선거부정감시단원을 바라보는 후보자들 시선도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김성호 씨는 "과거에는 감시단원의 방문을 거부하는 후보자도 적지 않았다"며 "이젠 후보자와 감시단이 서로 모자란 점을 보완해 나가는 공생관계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 같다"고 평했다.

지난달 26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번 동을 재선 선거부정감시단은 어느 해보다 대규모인 70여 명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30명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한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후보자들 선거비용을 조사하고 유세장 등을 다니며 불법 선거운동을 감시해 왔다. 또 선거법 위반 관련 제보가 들어오면 즉시 출동, 조사 활동을 맡았다.

그러나 감시원들은 아쉬운 모습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감시원들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는 것.

박순화(22·대구 서구 비산동) 씨는 "시장 유세에 나선 후보자들이 진솔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언론 카메라에 더 연연해하는 광경을 보면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서희진 씨는 "후보 진영 간의 막무가내식 고발전쟁 역시 여전했다"며 "식당에서 향응 접대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가 보면 동네 아주머니 몇 명이 식사를 하며 선거 관련 얘기한 게 전부인 경우도 상당수였다"고 했다.

유권자들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후보자들이 어떤 인물인지, 공약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보다는 '무조건 지지'를 보내는 경우가 잦다는 것.

김성호 씨는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홍보물을 나눠주면 특정 정당을 연호하는 노인들도 있었고, 어깨띠를 보면 무조건 기호 몇 번이냐고 물어보는 주민들도 상당수였다"고 했다.

거의 해마다 치르는 선거이지만 우리 선거풍토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남긴 동을 재선거였다는 게 이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설명= 대구 동을 선거 현장에서 선거감시 활동을 벌여온 김성호 서희진 윤태오 박순화 씨(오른쪽부터). 이들은 타락선거는 줄었지만 아직도 '교묘한 반칙'은 적지 않았다고 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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