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연애시를 읽혀도 될까'.
동시문학 전문지 '한국동시문학'이 원로 동시인 김종상 시인과 특별대담 코너를 마련하고 "전혀 은유가 되지 않은 성인 사랑시를 흉내 낸 어린이 연애(사랑)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요즘 어린이들은 사랑도 어른 흉내를 내고 또 그렇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며, 동시인 중에도 어린이들의 사랑 이야기로만 동시집을 내는 사례가 있는 데 대한 비판적인 접근이다. 김 시인은 야한 향기를 풍기는 대중 연애시 같은 어린이 사랑이야기는 곤란하다며, 단것을 좋아한다고 자꾸 달콤한 맛만 먹여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우선 '사랑'이란 말이 많은 시일수록 그 내용 속에는 참사랑의 마음이 담겨있지 않고,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 사회일수록 이혼율이 높다며, 문학적 향기 또한 은근한 숭늉 맛이어야 한다는 게 김 시인의 지론이다.
그리고 어른들을 흉내 내는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보다는 어린이들에게 좀더 사상적인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일을 사랑하고, 공부를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이성보다는 친구를 사랑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시인은 '이웃집 아이가 내 맘에 들었다. 몰래 쪽지편지를 주고 어쩌고…'라는 투의 동시나, '뽀뽀 사랑할 거야'라는 식의 원색적인 동시집은 사랑도 시도 아닌 유치한 감정의 유래일 뿐이라고 했다.
어린이들에게 작은 벌레 한 마리, 이름 모를 꽃 한 송이까지 소중히 여기는 큰 사랑의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시는 천심'이라고 했다. 김 시인은 또 "요즘 절반이 넘는 동시는 버려야 할 동시"라며 "적당히 작품을 칭찬하고 등단시키기보다는 혹독한 평으로 불량작품들을 골라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시는 교훈성과 예술성을 함께 갖춰 어린이들에게 유익함을 줘야 한다"면서도 "그 교훈성이 너무 노출되지 않고, 과일 맛처럼 영양이 안으로 숨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더 바르고 아름다운 언어로 천지만물을 표현하는 사랑의 노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TV 스타보다 밤하늘의 별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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