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중3 아들과 고2 딸을 둔 엄마입니다. 아이들이 커 감에 따라 자녀 교육에 대해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두렵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책도 읽고 노력은 해 보지만 저 자신이 중학교밖에 못나왔기 때문에 아이들을 설득할 능력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궁금하고 효과적인 학습 방법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답 : 상담자의 어머니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문맹입니다. 따라서 저는 학창시절 전 기간을 통해 공부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께서 공부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어머니께서 자녀 교육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어머니를 훌륭한 교육자로 존경합니다.
고3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공부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제가 내리는 버스 정류장에 나와 계셨습니다. 지친 몸으로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버스에서 내리면 어머니께서는 가방을 받아 주며 "힘들제!"라고 한마디만 하시고는 앞서 걸어가셨습니다. "힘들제!"라는 그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다 풀렸고,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결의를 다지곤 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약 1㎞ 남짓한 거리를 밤하늘의 별빛을 받으며 나란히 걸어갈 때 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모든 것들이 긍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힘들제!"라는 그 말 한마디는 나의 수고를 인정해 주고 나를 믿는다는 시적 함축이고 상징이었던 것입니다. 자녀를 교육시키는데 엄마의 학력이 중요 요인일 수는 없습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가장 위대한 교육적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불행합니다. 부모의 교육수준과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들은 괴롭습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자연히 극도의 간섭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현대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간접 수사학의 시대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도 직설적으로 내뱉고 지시할 때 듣는 사람은 거부감을 느끼고 때로 반항하게 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믿고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을 때 자녀들은 반항적으로 되거나 매사에 소극적인 소심형으로 변하게 됩니다. 유태인 천재 교육의 비법은 칭찬입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은 칭찬을 들을 때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자신도 모르는 천재성이 빛을 발하게 됩니다. 우리는 꾸중을 관심과 애정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칭찬거리를 찾아서 칭찬해 주는 마음 자세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칭찬과 격려는 부모의 학력과 전혀 관계 없이 자녀를 천재로 만드는 비법입니다.
효율적인 학습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배운 내용을 복습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복습의 강조는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주입식 교육이 낳은 가장 심각한 문제점입니다. 복습 위주의 학습은 결론부터 말하면 창의력 말살의 지름길이자 비생산적 학습의 극치일 수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시험문제도 달라졌습니다. 창의력이 없으면 당면한 입시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영어 단어 sense의 뜻풀이를 통하여 예습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sense는 '감각', '의미', '방향'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예습은 내일 배울 내용을 미리 읽어봄으로써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와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를 '감각적'으로 느껴 보는 과정입니다. 예습이란 배우지 않는 내용을 다 알 때까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모르는가에 관한 문제제기 과정입니다.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의미'를 파악하고 그 다음 심화학습 '방향'을 결정하는 습관을 확립하면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예습은 일종의 충격요법입니다. 미리 고민해 본 문제, 즉 충격을 받아 본 문제는 오래 기억을 하게 됩니다. 예습의 습관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자녀들에겐 먼저 내일 배울 내용을 과목당 5분씩만 읽어보고 수업에 참여하게 해 보십시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고 맹목적으로 암기하려 할 때 학습 의욕은 떨어지고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됩니다. 원리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습을 해야 합니다.
청소년이 성장하는 데는 꼭 필요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육체적으로 '땀'을 흘려야 하며 정신적으로는 주기적으로 '감동'의 세례를 받아야 합니다. '놀지 말고 공부하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놀이나 휴식 없이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학창시절에 제대로 열심히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강요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녀가 공부와 휴식을 엄격히 구분할 줄 알고 상호조화를 이룰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공부를 할 때는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고 한 매듭이 지어지고 나면 밖에 나가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하고 또한 음악 감상이나 독서를 통하여 감동을 맛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진한 감동을 경험할 때 생의 활력을 되찾고 현재 하는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우리의 자녀들은 기계가 아닙니다. 그들은 무한한 가능성과 가변성을 가진 생명활동이 가장 왕성한 작은 우주입니다. 부모의 모범과 여유로운 자세 여하에 따라 우리의 자녀는 찬란히 태양이 될 수도 있고, 차가운 얼음 조각으로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정처 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떠돌이 별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윤일현(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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