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가 대구시내에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연중 쉴새없이 돌아가는 영사기 뒤편에는 극장 종사자들의 서비스 정신이 숨어 있다. 영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멀티플렉스 취업이 인기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가 좋아서 평생직장으로 선택했다는 한 대구지역 멀티플렉스 취업자를 만나봤다.
◆영화가 좋다
"극장에서 일하니까 영화 실컷 보겠네." 아카데미시네마 기획팀에 근무하고 있는 류승미(28·여)씨가 친구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류씨는 지난 2001년 아카데미시네마가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한 뒤 직원을 공채할 때 입사했다. 영진전문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류씨는 극장에 취직하면 좋아하는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취업을 결심했다.
류씨가 현재 맡고 있는 업무는 다양하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고 발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한다. 매주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고 간판을 내린 뒤 입장객 수를 집계하는 것도 류씨의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상영관을 배정하는 일. 10여 개에 이르는 상영관 중에서 좌석수가 많은 극장에는 어떤 영화를 배정할 지, 2개관에서 개봉을 할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것이 그의 몫이다. 영화 흥행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인터넷과 영화잡지, 신문 등에서 꼼꼼하게 감상평을 읽어보고 배정을 결정한다.
류씨는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도 많아 당황하기도 한다. "지난 여름 공포영화가 별로 인기가 없을 것 같아서 작은 관에 배정했어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관객이 많이 몰려 황급히 큰 관으로 재배정하기도 했습니다."
또 고객들의 불만을 듣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지만 보람있는 일도 많다. 예매부서에 근무할 당시 친절하게 안내해줬다며 한 고객으로부터 빵 한 상자를 선물받기도 했다.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볼 수 있는 극장에 취직해서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 영화 만드는 과정 등 영화산업전반에 대한 공부를 새롭게 하고 싶습니다."
◆채용문 넓어질 듯
현재 대구지역 멀티플렉스는 10여 개. 앞으로 6, 7개가 더 문을 열 것으로 보여 취업문은 더 넓어질 전망이다.
아카데미시네마의 경우 매년 10여 명의 정규직 사원을 공채한다. 취업분야는 매표, 수표, 매점, 사무직 등으로 다양한 편이다. 직원들은 면접과 현장실습을 통해 선발되며, 6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친다. 학력, 나이 등에 제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매점과 매표분야는 주부들이 부업으로 선택해도 괜찮은 직업이다. 하지만 지원자는 많지만 이직률도 그만큼 높다.
김석권(40) 아카데미시네마 부장은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힘든 점도 많다"면서 "깊이 생각해 본 뒤 자신의 취미와 적성에 맞다면 평생직장으로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 : 영화가 좋아 멀티플렉스에 취업했다는 류승미씨가 영화 포스터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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