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산불이 평온했던 휴일 저녁을 집어 삼키며 다시 한번 대구를 '불 노이로제' 속으로 몰아 넣었다. 콧등까지 시려오는 강풍에 실려 이리 저리 흔들리는 불길은 '공포' 그 자체였다.
12일 오후 5시쯤 대구 동구 지묘동 파군재 삼거리 인근 한 주유소 뒤편 팔공산 자락 왕산에서 첫 발생한 불길은 이 날 밤새도록 붉은 혀를 낼름거리며 주민들을 위협, 이 동네 주민들 대다수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불안에 떨었다.
인근 지묘동 주민 6천여 명은 산자락을 타고 오르 내리는 불이 '행여 민가를 덮치지는 않을까'하며 마음을 졸이고 뜬눈으로 지새야 했다.
특히 불길에서 불과 300여m 밖에 떨어지지 않은 팔공팔레스 빌라 주민 150가구의 공포는 극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새벽까지 한숨도 잠을 자지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 불길의 움직임을 지켜보느라 눈이 발갛게 충혈됐다.
그러나 다행히 산불발생 15시간여 만에 큰 불길이 잡혔다. 소방당국은 13일 오전 8시 30분쯤 불길을 잡아 잔불정리에 들어가 오후엔 완전진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날 불로 임야 8ha가 불탔다.
불이 나자 산림청과 대구소방본부, 대구 동구청, 육군 2군 사령부 및 예하 50사단 등은 헬기 19대와 4천100여 명의 인력, 소방차 40여 대를 투입한 진화작업에 나섰다.
12일 밤 날이 어두워지면서 소방인력을 철수시켰던 소방당국은 13일 오전 6시부터 진화작업을 재개, 곧 큰 불길을 잡았다.
불이 난 곳 인근에 아파트단지가 위치, 민가피해가 우려되면서 수천명의 주민들이 극심한 불안을 느꼈으며, 소방당국은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키기도 했다.
경찰은 불이 난 직후인 12일 오후 7시쯤 발화지점 부근 한 재실에서 술에 취해 자던 김모(47) 씨를 구조했다. 재실엔 불이 붙어있어 하마트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김 씨 외에도 불길에 갇힌 일대 마을 주민 5명을 구조, 대피시켰다.
산불은 12일 오후 최초 발화이후 강풍(초속 15.7m)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으며, 왕복 8차로 도로(팔공로)를 뛰어넘어 반대편 공산댐 인근으로까지 확산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 날 불이 등산객 등의 담뱃불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목격자를 찾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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